담임의 역할
담임의 역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0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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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선생님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다른 학교 전보내신과 내년도 업무분장이다. 다른 학교로 이동할 때는 어느 학교에 자리가 있는지 등을 궁금해하지만, 같은 학교에서 계속 근무할 때는 업무가 어떻게 나누어지는지가 제일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순간의 선택이 일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업무분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담임 여부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의 경우 담임은 업무분장표 밑에 ‘담임’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렇게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담임이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학교 업무의 수준과 학교생활의 질이 달라진다. 일주일에 고작 2~3시간 만나는 사이지만 아이들의 학교생활 전반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너무 많이 자거나 태도가 나쁘면 우선 담임에게 이야기한다. 물론 교과 담당 교사가 아이들과 먼저 상담과 지도를 하겠지만 그게 잘 안되면 담임에게 아이들을 데려온다. 담임은 아이들의 태도를 개선하기 위해 상담을 하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학부모의 내교를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담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학생부 선생님들과 함께 논의하게 된다. 학생부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거나 징계하는 경우에도 담임은 빠지지 않는다.

친구 관계도 파악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떤 친구들과 지내고 있는지, 혹시 누구를 따돌리거나 집단으로 놀리는 일은 없는지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 사춘기 아이들 30여명이 한 교실에서 일년 동안 생활하다 보면 당연히 여러 가지 갈등이 빚어진다. 그런 갈등을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차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담임의 몫이다.

이 외에도 학생생활기록부 작성, 진로 진학 상담, 학급 환경 정리도 담임의 몫이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담임 혼자서 할 수 있는가이다. 담임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일까? 담임은 어디까지 아이들을 책임지고 교육해야 할까?

올해 새로 발령받은 선생님들과 멘토링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멘토링 마지막 날 같은 교과 신규 선생님 모두 모여 서로의 어려움을 이야기로 나눴다. 많은 선생님이 담임으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아이들과 두 시간 동안 상담하지만 효과가 없는 것 같아 좌절하는 분도 있었고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분도 있었다.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선생님들은 조금씩 소진되어가고 있었다.

필자의 경우 아이의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대처하기 어려울 때는 일단 학교의 상담교사와 논의한다. 혹은 지역의 상담센터와 연계하여 아이들에게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필요하다면 교육청 학생정신건강 지원과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문 기관, 학교, 가정이 전문적이고 일관된 방법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이 이루어지기 위해 담임교사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담임이 아이들의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학급의 작은 문제들은 담임이 직접 해결할 수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 생각에 담임은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사회의 외부 자원과 연결해야 한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에도 비담임 자리가 훨씬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담임이 아이들의 모든 것을 짊어지기보다는 조금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혼자서 짊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새로 함께할 담임 선생님들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정창규 (매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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