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올해도 무탈하길… 새해 소망 싣고 힘차게 달립니다”
[신년특집]“올해도 무탈하길… 새해 소망 싣고 힘차게 달립니다”
  • 정세영
  • 승인 2023.01.0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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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첫 출발 시내버스 타보니
-스무살 청년부터 60대까지 첫 탑승자들, 경제 안정·취직 등 바람
-전하동 주민 “작년 병으로 남편 떠나보내… 남은 가족 건강했으면”
-청소원 “은퇴 후 겨우 다시 구한 소중한 직장… 꼭 지켜내고 싶어요”
새해 첫 운행을 앞둔 대우여객자동차(주) 104번 버스 운전기사 손제민(38)씨.
새해 첫 운행을 앞둔 대우여객자동차(주) 104번 버스 운전기사 손제민(38)씨.

 

검은 호랑이의 해로 불리던 ‘임인년(壬寅年)’이 가고 검은 토끼의 해를 뜻하는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다시 한 해를 보내며 시민들이 소망하는 올해의 모습은 어떠할까. 새해 첫날, 캄캄한 새벽어둠을 뚫고 첫차에 몸을 실은 시민들을 만나 목소리를 들어봤다.

계묘년 새해를 맞이한 1일 새벽 5시. 울산시 동구 대왕암공원 버스 주차장 한켠에는 첫차 운행을 준비하는 기사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새해 첫차를 배차받은 대우여객자동차(주) 104번 버스 운전기사 손제민(38)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차량 내·외부 점검을 마친 뒤 버스의 시동을 켰다. 104번 버스가 대왕암공원에서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 중앙시장 등을 지나 울주군 율리공영차고지까지 노선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남짓. 굵직한 기업체들을 돌다 보니 평일이면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아울러 학성공원 근처 일용직 노동자들이 새벽 첫차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

경력 4년 차인 그는 매일 시민들의 출근길을 책임지고 있지만 새해 첫차 운행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손제민 기사는 “예전에는 한 해 한해 지나는 것이 크게 와닿았는데 이제는 무덤덤한 것 같다. 새해 첫 날이라고 특별할 건 없고 항상 그래왔듯이 올해도 ‘안전하고 편안한 운행’을 목표로 사명감을 갖고 운행할 것”이라며 “특히 출근길은 항상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인데, 승객분들이 탔을 때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버스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또 개인적으로는 두달 전 둘째 딸을 출산했다. 육아에 수고가 많은 아내와 두 자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하고 가장으로서도 최선을 다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계묘년 새해 첫 차를 타고 승객들이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계묘년 새해 첫 차를 타고 승객들이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시동을 건지 얼마 되지 않아 냉기가 가득했던 텅 빈 버스는 일산해수욕장을 도착해서야 첫 손님들을 맞았다.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 귀마개 등으로 중무장한 채 첫차에 몸을 실은 승객들은 영하까지 떨어지는 추위에도 묵묵히 일상을 시작한 모습이다.

동구 전하동에서 10년째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수인(66·여)씨는 “중구에 위치한 구역전시장 새벽장에 가는 길”이라며 “식재료값이 싸다 보니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가고 있다. 이날은 손자·손녀들이 놀러온다고 해 맛있는 것도 해서 먹일 겸 부지런히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새해 소망을 묻자 멋쩍은 듯 웃으며 담담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이수인씨는 “지난해 6년을 병으로 고생하던 남편을 떠나보냈다”며 “요양병원도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간호하며 정성을 다했던 만큼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른 새벽 부지런히 다니는 것도 아픔을 잊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내년에는 남은 가족들이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무엇보다 바란다”며 “소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웃고 그런 소소한 추억들로 가득 찬 한 해가 됐으면 좋겠고 조금 더 따뜻한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대왕암공원 주차장에서 첫차 운행을 위해 대기 중인 버스들.
대왕암공원 주차장에서 첫차 운행을 위해 대기 중인 버스들.

 

정거장 2곳을 더 지난 뒤에는 두터운 외투를 겹겹이 두른 한 장년 남성이 버스에 올라탔다.

현대자동차 단기근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양용철(64)씨는 “매일 주말 근무를 하다 보니 새해도 어김없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사실 새해 실감도 나지 않는다”며 “올해 바람이라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이제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이 들어 경비업계 쪽으로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계약직이더라도 뚜렷한 직장이 생겨 아프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현대자동차 단기근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황상철(67)씨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은퇴 후 아직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매일 첫 차를 타고 출근하는 길이 피곤하긴 하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다. 내년에는 나라가 더욱 안정돼 살기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첫 차를 타고 출근길에 나선 황상철(67)씨.
첫 차를 타고 출근길에 나선 황상철(67)씨.

 

청소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수영(65)씨는 “중구청 근처에서 매장 청소일을 하고 있다”며 “힘들어도 은퇴 후 겨우 잡은 직장이라 열심히 하려는 마음 뿐이다. 새해라서 많이 바쁠 예정이지만 나가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우리 가족의 건강과 일자리를 꼭 지키고 싶고 지난해처럼 올해도 잘 지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성인이 된 주세영(20)씨는 지난해 마지막 날부터 새해 첫날까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반도체를 공부하고 바로 취업을 했다. 이제 곧 사회인으로서 첫발을 내딛게 될텐데 아직 성인이 된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며 “잘 적응해서 한단계 성장할 수 있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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