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전환의 한 걸음
담대한 전환의 한 걸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2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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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시작을 알리는 타종 소리를 들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023년 새해가 코앞이다. 이맘때쯤이면 누구나 ‘시간은 왜 이리 빨리 흘러갈까?’라는 생각이 들지 싶다. 어쩌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다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더 먹는 나이 한 살이 주어진 시간을 그만큼 앗아간다는 안타까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2020년, 국제적십자연맹(IFRC)이 ‘2019년 세계재난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는 세계 곳곳에서 화산폭발, 홍수, 산불 등 크고 작은 재난이 308회 일어났고 약 9천760만 명이 그 영향을 받았으며 2만4천396명이 사망했음을 알렸다. 주목할 것은 이 중 97%가 기후와 날씨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의 위험을 실감 나게 보여준 내용이었다.

올 한해 역시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되었다. 이탈리아, 네팔,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베네수엘라, 베트남에서는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로 인명·재산 피해가 극심했다. 일본, 필리핀, 미국에서는 대형 태풍이 피해를 키웠고, 현재 북미지역에서는 유례없는 혹한과 폭설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겨울과 봄에 이상고온 현상이 있었고, 울진·삼척지역에 큰 산불이 났다. 여름에는 집중호우로 서울 일부 지역이 물에 잠겨 반지하에 거주하던 일가족이 참변을 당하기도 했다. 9월에 발생한 태풍 ‘힌남노’는 경북지역에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켰고 특히 포항제철 공장은 침수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예년에 비해 쌀쌀한 10월과 무더운 11월을 경험해야 했다. 또 지난주에는 급격한 기온 강하와 폭설이 온갖 불편을 다 가져다주었다. 눈이 잘 안 내리는 울·부·경 지역과는 달리, 다른 지역은 아직도 폭설 때문에 불편과 재산 피해를 겪고 물류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의 평균기온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또 그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빈도와 규모는 물론 그 피해마저 키우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기후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사실이다. 인간과 생명체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변화 속도가 그런 능력을 앞지른다면 적응에 실패할 수밖에 없고, 적응에 실패한 생물 종은 절멸을 당할 수밖에 없다. 가속되는 기후변화가 지구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회·경제적 체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잘 먹고 잘사는 문제’와 ‘죽고 사는 문제’를 동시에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파리협정’의 기초가 된 ‘IPCC 5차 평가보고서’는 기온상승 폭이 산업혁명 대비 2℃ 이상이면 모든 부문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금세기말까지 기온상승 폭을 2℃ 이하로 제한하되 되도록 1.5℃는 줄일 것을 권고했다. 이에 많은 국가가 ‘2050년 전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자발적 온실가스 추가감축 목표를 마련해 국제사회에 알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중기목표들은 기온상승 폭을 1.5℃가 아닌 2.0℃로 제한하는 선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후위기에서 인류를 구하려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사회·경제 체계의 대격변과 생활습관의 완전전환을 요구하는 매우 어려운 길이다. 그만큼 해야 할 일은 많고 남은 시간은 한정돼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가버린 시간을 아쉬워하게 될 것이다.

마영일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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