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이청득심(以聽得心)으로
새해는 이청득심(以聽得心)으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2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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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기세로 쉼 없이 달려온 2022년 임인년(壬寅年)도 서서히 저물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계묘년(癸卯年)을 맞이하는 나름의 각오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사람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코로나 백신 덕분에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꿈꾸었지만, 이를 비웃듯 속속 나타난 변종 바이러스는 우리를 여전히 바깥이 아니라 실내에 머무르게 했다. 올해도 하루하루 예전의 삶에 대한 꿈만 꾸다가 결국 조촐한 연말을 보내게 되었다. 이마저도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코로나 이후 인간관계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수많은 타인과의 만남과 대화에 우리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그리고 이제야 그때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특별한 하루가 아니라 평범한 하루의 위대함을 재발견하는 나날이 이어진다. 관행이니 관례니 하는 예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시대의 소통과 피드백이 필요하다.

요즘 우리 사회 최고의 화두는 ‘소통(疏通)’이다. 소통이란 단어가 사용되는 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소통’이란 막힌 것을 뚫어버린다는 ‘소(疏)’의 개념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한다는 ‘통(通)’이란 개념의 합성어다. 흔히 차가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고, 인간관계에서도 잘 풀리지 않으면 불통(不通)이라고 한다.

소통을 잘 표현하는 사자성어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이다. 귀 기울여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노(魯)나라 왕이 바닷새를 궁 안으로 데려와 술과 산해진미(山海珍味)를 권하고 풍악과 무희 등으로 융숭하게 대접했지만, 바닷새는 어리둥절해 슬퍼하며 아무것도 먹지 않아 사흘 만에 죽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노나라 왕은 자신이 즐기는 술과 음악 그리고 음식이 바닷새에게도 좋을 것이라 착각한 것이다. 장자(莊子)는 이 노나라 왕의 이야기를 통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장자가 통찰한 것은 고정관념과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만들어낸 가식과 욕망에 근거한 이기심을 극복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방법이었다. 진정한 소통은 단순한 의사전달을 넘어 존중과 이해가 바탕이 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듣기 싫은 말도 끈기 있게 들어 보면 ‘내 편과 네 편’ 같은 이분법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일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필자는 7대 의회를 마무리하고, 8대 의회를 새롭게 여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연임한 재선 의원으로서 8대 의회가 의장단 선출부터 원 구성, 그리고 일상적인 의정활동까지 양보와 배려, 협치를 통해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경험과 경륜을 발휘했다. 평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필자는 욕심부리지 않고 소신껏, 능력껏 일했다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미진한 부분은 발전시켜나가겠다. 시민과 울산을 대변하는 진정한 일꾼이 되겠다는 초심을 유지하겠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송구영신(送舊迎新),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소통이 안 된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소통을 위해 자신의 피드백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단순히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경청(傾聽)의 단계를 지나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경청(敬聽)으로 우리 사회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새해 계묘년 각오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안수일 울산광역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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