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물의 길’ 드디어 2편을 봤다!
영화 ‘아바타:물의 길’ 드디어 2편을 봤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2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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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다는 게 그렇다. 그건 사실 다른 세상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해서 거대한 스크린은 다른 세계로 가는 ‘차원의 문’ 같은 것이기도 한데 그 문을 지나 만나게 되는 세상은 역사의 한 현장이기도 하고, 무술 고수들이 화려하게 대결을 펼치는 멋진 곳이거나 살벌한 전장의 한 가운데일 수도 있다. 혹은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으로 넘쳐나는 로맨틱한 세상이거나 연쇄 살인마나 유령이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곳일 수도 있다.

헌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시리즈를 통해 만나게 되는 세상은 그 동안 스크린을 통해 흔히 만나왔던 그런 세상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 세상은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판도라 행성의 이야기로 그곳에 사는 원주민인 나비족이 주인공이다. 인간이 아니라. 그런데다 2009년 12월에 개봉했던 <아바타> 1편을 통해 이미 확인했던 판도라 행성의 풍경은 정말이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런 대자연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나 사고방식은 지구인들에겐 더할나위없이 혁명적이었다. 적어도 내겐.

해서 <아바타> 2편을 보러갔던 그날은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날일 수밖에 없었고, 자그마치 13년을 기다려 온 탓에 ‘드디어’라는 심정으로 상영관에 들어서게 됐다. 하, 근데 자리가 별로였다. 앞에서 두 번째인 B열 가운데였던 것. 처음 예약했을 땐 세 번째 줄인 C열이었는데 좀 더 빨리 보려고 시간을 2시간 앞당기다 보니 스크린과 가까운 앞쪽 가운데 자리는 B열밖에 없었던 것. 그래도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은 멀티플렉스 극장인 만큼 B열이라 해도 스크린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도록 설계됐을 거라는 생각에 덜컥 예약했던 것이다.

그래서 앉게 된 자리, 하지만 역시나 고개를 많이 들어서 스크린을 쳐다봐야 했고 3시간 넘게 그 자세로 보면 분명 모가지에 무리가 올 거라는 생각에 절망감이 엄습해왔다. 순간 ‘<아바타> 2편을 보는데 이런 자리에서? 그냥 나가서 다음 시간대 좋은 자리로 다시 끊어?’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허나 비록 선물 받은 티켓이긴 했지만 티켓 값이 무려 1만7천원. 무슨 재벌집 막내아들도 아니고 해서 불편해도 그냥 보기로 했다. 역시나 선물 받은 쿠폰으로 구매한 팝콘을 아작아작 씹으며 광고를 쳐다보는데 불현듯 좌석 옆 팔걸이대에 박힌 버튼이 눈에 띄었다. 앞쪽 단추를 누르면 다리 받침대가 올라가는 건 알고 있었는데 뒤쪽 단추는 제대로 이용한 적이 없었다. 이 곳이 오픈하고 이날이 세 번째였는데 앞서 두 번은 늘 스크린과 수평의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C열 한 가운데 앉았기 때문에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었던 것. 다만 그 단추가 등받이를 눕히는 단추라는 건 알고 있었기에 아픈 목을 달래고자 눌렀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지게 됐다.

등받이가 거의 30도 정도로 눕더니 내 몸 전체도 누워 버리더라는 것. 그랬더니 마치 비디오방에서 편하게 누워.. 어머머! 아니아니, 여름밤 평상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듯 천정에 붙은 스크린을 누워서 보는 것 같았다. 휘유. 아무튼 신세계였다. 아픈 목도 어느새 안착하게 됐는데 다만 팝콘을 먹기가 불편했다. 해서 그냥 옆자리에 던져 놓고 스크린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드디어 영화가 시작됐다.

다시 아름답게 펼쳐지는 판도라 행성의 대자연 속에서 나비족의 일원이 된 제이크(샘 워싱턴)는 네이티리(조 샐다나)와 결혼 후 어느새 부모가 돼 있었고, 시리즈 1편에서 나비족에 패배한 지구인들이 다시 대규모 침공을 감행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제가 ‘물의 길’인 만큼 이번 2편은 안전을 위해 제이크 일가족이 바다부족인 ‘멧케이나족’에 피신한 뒤 펼쳐지는 판도라 행성의 바다 풍경에 이르면서 절정에 이른다. 누워서 그 장관을 황홀하게 바라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내가 시대는 잘 타고 났구나. 이걸 극장에서 보다니.’

더불어 이 우주에는 빛과 어둠만 있는 게 아님을 깨닫게 됐다. 영화 속 대사처럼 빛과 어둠은 물로 연결되고, 삶과 죽음 역시 마찬가지인 것. 결국 물의 길이란 ‘생명(존재)의 길’이 아닐는지. 빛과 어둠이든, 삶과 죽음이든, 일단은 있어야 하니까. 해서 물은 ‘화해’의 공간은 또 아닐는지.

<아바타>시리즈는 총 5편으로 기획됐다. 그리고 2009년 1편 이후 13년만에 드디어 2편을 봤다. 카메론 감독님이 계속 이 따구로 하신다면 시리즈 마지막 편은 30년 뒤에나 볼지 모른다. 물론 나머지 시리즈는 2년마다 개봉하겠다지만 1편이 개봉했을 땐 안 그랬나? 또 그 사이 무슨 일이 생길지 알고. 해서 삶의 목표 따윈 잃어버린 지 오래 됐지만 그래도 나름 중차대한 목표가 하나 있다면 <아바타> 5편이 개봉할 때까지 열심히 살아있는 것. 그러니 저보다 나이도 훨씬 많으신데 감독님도 부디 만수무강하시길. 그리고 고맙습니다. 2022년 12월 14일 개봉. 러닝타임 192분.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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