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 끝과 시작 그리고 벽사
동지(冬至), 끝과 시작 그리고 벽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21 2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은 올 한 해의 끝자락에 맞이하는 동짓날(冬至)이다. 이날을 기준으로 밤은 조금씩 짧아지고 낮은 길어진다고 한다.

울산의 경우 끝과 시작이 정확하게는 2023년 1월 11일부터 함께한다. 해가 뜨는 시각인 오전 7시 33분경 정점을 찍은 뒤 12일부터 매일 1분가량씩 빨라지기 때문이다.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 꼬리만큼씩 길어진다’라는 속담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라는 속담에서 짐작이 가듯 동지는 겨울의 끝점인 동시에 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조상들의 자연관찰과 사유의 지혜가 경이롭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동지의 대표적 음식은 팥죽이다. 팥죽은 붉은 팥물에 새알을 넣어 만든 죽이다. 하필이면 왜 팥을 선택했을까?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의 중심에는 ‘붉은색’이 있다.

우리 민속에서는 일반적으로 붉은색이 나쁜 기운 즉 삿된 기운을 물리치는 주술적 벽사(闢邪·내쫓음, 물리침)의 힘이 강하다고 믿었다. 그러기에 동짓날에 먹는 죽에 제일 적합한 곡식으로 붉은색을 띤 고르게 된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그러한 의식의 바탕 위에 겨울의 끝자락에 어울리는 별미를 생각했다. 홍시, 봉선화꽃, 구기자, 두루미의 단정(丹頂) 등 붉은색을 찾았으나 때에 맞추어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궁리 끝에 점 찍은 식재료가 저장성이 좋은 팥과 고추였다.

팥은 시절 음식인 동지 팥죽으로 자리매김했고, 고추는 평상 음식인 고추장과 김치를 담그는 부재료로 사용했다. 팥은 혈관 건강, 피로 해소, 당뇨 예방 등의 효과 덕분에 현대의학에서도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과거에는 붉은 팥죽을 방마다 네 모서리에 흩어서 뿌렸다. 흩어서 뿌리는 행위에는 ‘뿌리다, 끼얹다, 씻다, 청소하다, 나누다, 나누어지다, 흩다, 흩어지다’란 낱말에서 짐작이 가듯 부정 치기와 ‘쇄(灑)’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울산의 민속에서 처용의 얼굴색은 붉은색으로, ‘병영 서낭 치기’에서 엿볼 수 있다.

다음은 새알이다. 새알은 겉보기에 ‘새의 알’ 즉 조란(鳥卵)처럼 생겼다고 해서 흔히 그렇게 부른다. 필자는 이것이 ‘세알(歲謁)’ 즉 세배(歲拜)의 의미가 사실과 다르게 전해진 말과 쓰임이라고 본다.

조상들의 삶에서는 일 년의 시작과 마무리의 기점이 동짓날이었다. 동지첨치(冬至添齒) 즉 ‘동지를 지나야 한 살을 더 먹는다’라는 말은 시작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현대인의 삶에서 일상의 시작점은 동짓날이다. 자동차 후미등, 신호등, 살롱의 네온사인은 모두 붉은색이다. 팥죽을 먹지 않고 굳이 뿌리지 않더라도 매일 아침 출근 때마다 접하는 것이 붉은색이다.

임인년(壬寅年) 세밑의 동짓날. 붉은색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기는 의미 있는 동짓날이 되었으면 한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