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 ‘말뫼의 눈물’을 기억하십니까?
-246- ‘말뫼의 눈물’을 기억하십니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21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뫼의 눈물’을 아시는가? 현대중공업이 2002년 스웨덴 코쿰스 조선소에서 단돈 1달러에 구매해 울산으로 옮겨온 초대형 크레인을 말한다. 당시 스웨덴 국영방송이 크레인 매각과 관련된 뉴스를 내보내며 장송곡을 틀면서 ‘말뫼의 눈물’이란 말을 사용했다. 그만큼 스웨덴에서는 당시의 뼈아픈 상황을 잘 표현한 말이다. 구매 당시 울산은 정반대로 자부심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조선산업의 주도권이 확실하게 넘어왔다는 상징적인 의미였기에….

당시의 조선산업은 승승장구하며 고속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울산도 덩달아 덩치를 키웠다. 특히 전국의 유능한 제조 관련 기술자들이 대거 모여들면서 울산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읍 소재지의 작은 도시가 광역시로까지 성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화학산업도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이며 울산의 급성장을 도왔다. 울산 시내를 돌아다니는 개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의 호황을 누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지금의 울산은 어떠한가? 과거 조선산업은 지속되던 유가 상승으로 석유산업과 관련한 고부가 선박 수주로 지속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유가는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급격히 하락했고, 조선산업 또한 급격히 동반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조선산업 육성정책과 맞물려 저가 공세로 수주절벽이 이어지는 악몽이 시작됐다. 관련 전후방 산업은 위축되어 많은 기술자가 울산을 떠나야 했다. 지금 수주는 일부 회복되었으나 떠난 인력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조선산업에 크게 의존했던 말뫼는 망했을까? 말뫼의 변화를 살펴보며 울산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어보자. 말뫼는 유럽 북해 지역의 대표적인 무역항으로 19세기 근대화 시기에 제조업이 발달하면서 무역항으로서 입지를 다지며 성장했다. 특히 무역에 필요한 선박 건조가 급격히 늘면서 조선업 성장이 두드러지고 도시의 중심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업체인 코쿰스는 급성장하며 1973년 당시 세계최대 규모의 초대형 크레인을 제작하는데 그것이 바로 그 골리앗 크레인이다. 그러나 1차 오일쇼크를 겪으며 산업은 위축되었고 거기에 일본, 한국 등의 조선산업 진출과 함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1994년 위축된 도시를 바로 세운 이는 일마르 리팔루 시장이다. 시장은 성장위원회를 설치하고 끝장토론 끝에 재성장에 필요한 청사진을 만들고 이를 실천으로 이어갔다. 위원회에서 결정한 주된 변화의 키워드는 녹색산업과 IT산업을 통한 도시재생이었고, 이런 구상과 실천은 오늘날 말뫼를 유럽의 대표적인 성장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현재 울산은 인구 감소, 특히 젊은 인재의 유출이 심각하다. 과거 말뫼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한 재성장을 넘어 도시재생에 성공하게 된 요인을 잘 헤아려 보자. 미래 산업을 눈여겨보고 이에 걸맞은 산업 육성정책을 세우고 지원해야 한다.

울산은 세계적인 제조시설과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점점 시설의 노후화, 인력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관련 기술도 경쟁력을 잃고 있다. 기존산업에 다시 경쟁력을 부활시킬 수 있는 힘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디지털화를 주도할 인력을 키우고 관련 기업을 육성하며 더 나아가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까지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기존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IT산업의 성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IT산업과 게임, 영화, 만화 콘텐츠산업 그리고 관광문화산업 등을 대폭 육성해야 한다. 울산이 제조업 중심도시의 고정관념을 벗어나야만 글로벌 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송동석 ㈜노바테크 대표이사,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감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