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성탄 메시지
진정한 성탄 메시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1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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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열렸다. 성탄전야를 열흘 앞둔 지난 14일 오후의 일이다. 이 자리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김희중 대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이홍정 총무(목사)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종교 간 이해와 존중’이 구현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사랑과 평화를 전하러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종교가 다름에도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 축하하는 것은 예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이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X-트리 점등식에서 진우 스님이 띄운 성탄 축하 메시지다. ‘조계사 어린이 합창단’은 캐럴 합창으로 화답했다.

조계종은 ‘마음이 열려 있다’는 평을 듣는 한국 불교계의 대표종단이다. 조계종이 점등식을 가진 것은 2010년부터였고, 지난 2년간은 별도 행사는 열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이었을 뿐 인위적 취소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불교와 천주교(가톨릭)는 형제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천주교처럼 기독(예수 그리스도) 신앙을 지키면서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보수(원리주의) 성향의 개신교 종단들은 종교 간 대화를 거부하면서 천주교마저 이단(異端)으로 몰아붙인다. 성경에서 금하는 우상(偶像)을 숭배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만 개신교에 속하면서도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진보 성향의 NCCK만은 결을 달리한다.

NCCK는 불교와의 교유(交遊)도 흔쾌히 받아들이려 애쓴다. 천주교는 이보다 한 발 더 앞서 가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4월, 천주교 부산교구 울산대리구를 책임지고 있는 김영규 안셀모 대리구장 신부가 양산 통도사 방장인 성파스님(현 조계종 15대 종정)을 만나 허물없이 대화한 것도 그런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비구니(比丘尼)와 수녀(修女)가 거리낌 없이 만나는 것도 그런 배경 덕분일 것이다.

“예수님의 탄생은 이태원 참사와 자연재해로 인한 억울한 죽음, 그리고 이것들이 남긴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정의의 소식입니다.” 조계사 일주문 앞 X-트리 점등식 이틀 뒤인 지난 16일, NCCK가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강연홍 회장과 이홍정 총무 명의의 메시지에서 NCCK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믿고 나누는 견고한 신앙의 삶을 살아갑시다.”라고 당부했다.

로마 가톨릭 교황청이 성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지난 14일(현지시간)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올해 크리스마스는 소박하게 보내자”며 “크리스마스 선물 살 돈을 아껴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돕자”고 호소했다.

한국 기독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도 18일 성탄 메시지 발표 대열에 합류했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명의의 메시지에서 “예수님의 탄생은 겸손과 평화, 회복과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자기를 낮추시고 섬기는 종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의 겸손이야말로 오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산, 고령화, 빈부격차, 노사갈등, 여야의 극한 대립, 경제 침체, 전쟁, 기근, 이상기후 등 끊임없이 절망적인 이야기만 가득한 세상에서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고 희망을 말하자”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도 대구시 북구 대현동에서는 찬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이슬람사원 신축을 둘러싼 갈등이 2년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에는 돼지고기 바비큐 파티를 열겠다는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이슬람 문명권에서 돼지고기는 죄악의 상징이다. “하늘에선 영광, 땅에서는 평화”라는 진정한 성탄 메시지가 지구촌 온 누리에 울려 퍼지기를 기도드린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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