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합장촌과 게로 온천
일본 합장촌과 게로 온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13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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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역에서 2시간 30분가량 기차를 타고 시라카와고의 합장촌에 도착했다. 완전 시골로 마치 우리나라의 용인 민속촌 같았고, 일본의 전통 가옥과 마을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많이 다녀봤는데 서양인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일본 관광지 같았다. 일본인보다 서양인이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인데 ‘갓쇼즈쿠리’라는 독특한 양식으로 지어진 집들로 가득했다. 눈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도록 지붕을 높고 가파르게 한 것으로 건축물의 지붕 모양이 합장하는 손과 비슷해 ‘합장촌’이라고 불린다. 세모 모양의 지붕은 굵은 억새로 두껍게 엮어 올려져 있다.

우리처럼 벼가 익어가는 황금 들녘에 추수가 끝난 곳도 많아 볏가리도 있었다. 멀리 코스모스와 허수아비도 보였다. 일본 허수아비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사람처럼 만들려고 한 것 같았고, 키도 비슷해 옆에 서면 내가 허수아비 같았다.

점심때가 되어 유명한 ‘노무라 소바’ 집 대기판에 이름을 적고 줄을 서서 1시간 정도 기다려 소바를 먹었다. 마을 입구에 메밀꽃이 핀 밭을 보고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 생각났다. 평창처럼 그렇게 많지는 않고 밤에 더 멋진데 밤도 아니고…. 그래도 메밀 소바가 부드럽고 맛있어서 줄 선 보람은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예쁜 전형적 시골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모형으로 만든 장난감 마을 같아 보였다. 셔틀버스는 200엔에 20분마다 있어 줄을 선 사람들도 많지만, 운동 삼아 걸어갔다. 지나가는 버스를 못 봤으니 20분 안에 도착한 모양이다. 산길로 내려가면 바로 버스터미널이 나온다. 차 시간대만 맞으면 반나절이면 되는 곳이다.

시라카와고에서 버스를 타고 다테야마 역으로 갔다. 역 앞에서 쭉 내려가면 구시가지가 나온다. 에도 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작은 교토인 히다타카야마 거리다. 아기자기한 민예품 가게와 먹거리, 전통주를 파는 술 가게, 된장 가게 등 맛도 보고 살 수도 있다. 작은 박물관이나 옛 공공건물도 있었다.

와규 스시가 유명하다고 초밥집 앞에서 아들이 줄을 서서 사 왔다. 새우깡 맛이 나는 둥글고 작은 뻥튀기 과자 위에 쇠고기 초밥 2개, 김초밥 1개가 있다. 김초밥에도 생계란에 장식을 정성스레 했다. 비싸긴 한데 예쁘고 살짝 익힌 쇠고기가 부드럽고 맛이 있다. 의외로 일본에는 소고기가 유명한 곳이 많다.

다리 위에는 예쁜 가로등과 동상들이 있어 흐르는 물과 같이 포토존이 되었다. 인력거꾼들이 영화 ‘박열’에 나오는 전통 복장을 하고 북을 치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나이 드신 아저씨는 사진으로 많이 봐서 낯이 익었다. 사람들이 밀려갔다 밀려왔다. 물가에 있는 아침 시장 주변이 조금 더 싼 것 같다. 전체적으로 전주 한옥 마을과 비슷하다.

게로 역에서 걸어 다리를 건너면 바로 일본 유명 온천의 하나인 게로 온천이 나온다. 10세기부터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명성이 퍼져 찰리 채플린이 방문했다 하여 채플린 동상이 있다. 김남길이 나온 한일 합작 드라마 장소라는 안내도 많이 있다. 곳곳에 무료 족탕이 많고 예쁘게 단장되어 있어 발을 담그고 쉬었다. 하루 피로가 싹 풀렸다.

게로 온천은 은은한 향과 온천수가 피부에 실크처럼 부드럽게 감겨 매끈매끈하게 해 준다. 그래서 ‘미인 탕’으로 불린다. 대개의 숙소에는 일본식 정원도 있고 온천탕이 별도로 있다. 좋아하는 노천탕도 있고 꼭대기 전망대 온천탕에는 밖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온천만 한 게 없다.

겨울에도 시라카와고는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을처럼 눈 덮인 동화 속 세모 마을로 인기가 많다. 또 최근 일본의 어느 시골 마을에는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마을에 허수아비를 사람 수만큼 세워 놓았다. 소문이 나서 허수아비 마을이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한다. 곳곳을 다니면서 우리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을 얼마나, 어떻게 하고 있나를 생각하게 된다.

김윤경 여행큐레이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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