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학춤 탄생 25년 만감(萬感)
울산학춤 탄생 25년 만감(萬感)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12 2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학춤 탄생 25년 기념 공연’이 지난 11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있었다. 울산학춤은 1997년 필자가 울산에 정착하면서 만든 민속 학춤이다. 그 바탕은 〈계변천신(戒邊天神)〉 설화다. 『경상도지리지(1425)』 울산군(蔚山郡) 조의 설화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울산군은 본래 ‘계변성’이었다. 신라 때 ‘신학성’으로 개칭했다. 신학성으로 이름을 고쳐 불렀던 이유는 천복 원년 신유년에 한 쌍의 학이 금신상을 입에 물고 계변성 신두산에서 울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신기하고 기이하게 여겨 신학성으로 부르게 됐다.”

‘마른 땅에 물길 내기가 쉽지 않다’라는 속담이 있다. 25년 전에는 울산학춤이라는 물길을 만들기가 무척 어려웠다. 여기서 마른 땅은 울산이었고, 물길을 만들기 시작한 이는 필자였다. 울산 문화예술 영역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울산학춤’이라는 용어는 생소했을 뿐 아니라 모두가 의아한 눈길로 바라봤다. 그중 몇몇은 부정적 견해로 집요하게 방해하기도 했다.

그들은 울산의 옛 지명에 나타나는 ‘계변(戒邊)’도 몰랐고, 학춤 역시 다른 지역의 학춤이 원류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필자를 직접 대화를 나누면 해결될 일인데도 뒤에서 비방만 일삼았다. 심지어 신청한 문예 기금마저 나쁜 사람으로 몰아 부결시키기까지 했다.

그런 환경에서 물길을 내고자 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돌이켜보면, 물길을 내는 데 바가지 물이라도 계속 부어야 했고, 세월도 자그마치 25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울산학춤의 생성에 대해 긍정적 관점이든 부정적 관점이든 나름의 의미는 있었고, 발전의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는 제자 김소양은 울산학춤의 가치를 박사 학위논문(‘울산학춤의 생성 배경과 변천’, 2011, 경북대 체육학과 체육철학 전공)에서 학문적 가치, 예술적 가치, 사회적 가치, 교육적 가치 등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학문적 가치의 중심에는 다른 학춤의 생성 근원이 명확하지 않은 점에서 바탕 설화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술적 가치로는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은 자연미. 장광수(長廣袖)·버선·홍낭·흑혜·갓 등 복식에서 찾을 수 있는 곡선미를 꼽았다. 사회적 가치로는 울산문화의 홍보, 축제를 통한 홍보, 다른 지역 축제 초청공연을 통한 홍보 등 홍보대사의 역할, 지역민의 정체성 함양, 지역민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 등을 지목했다. 또한, 교육적 가치로는 지역 전통문화교육 학습 교제(우리 고장의 생활-중구·동구·북구)로의 활용과 교사들의 울산학춤 전수 교육 실시(1998년 울산학춤보존회는 초등학교 교사 28명을 대상으로 울산학춤의 이론과 실기를 병행한 연수를 시행했다)를 예로 들었다.

이날 공연은 제자들의 부채춤으로 시작되었다. 이어진 축하 무대는 기꺼이 찾아와준 지인 무용인들의 신바람 나는 춤판이 장식했다. 작은 북을 손에 들고 추는 ‘버꾸춤’을 창안한 서한우, 단아한 발놀림과 섬세한 손놀림, 절제미와 내면의 우아함이 돋보이는 ‘한영숙류 태평무’를 춘 울산무용협회 고문 김미자, 학의 동작을 표현한 부산 동래지방의 ‘동래학춤’을 춘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3호 예능 보유자 이성훈, 북을 매고 양손에 채를 들고 신명 나게 두드리는 ‘진도 북춤’을 춘 경상국립대 무용학과 교수 임수정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울산학춤이 끝맺음을 장식했다. 오방(五方)을 상징하는 무용복을 차려입는 것은 사귀(邪鬼)를 쫓고 풍요와 행복 등 경사로운 일을 맞이한다는 뜻이 담긴 벽사진경이다. 내드름연희단이 반주를 맡았다.

울산학춤보존회원은 신심(信心)과 정진(精進)으로 25년을 달려왔다. 신심은 결정하는 마음이며, 올바르다고 결정한 그것에 대한 흔들림 없는 마음이다. 정진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계속되는 실천이다. 울산학춤은 처음부터 울산 시민의 것이었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