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벽화 / 장용자
[디카+詩]벽화 / 장용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0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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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진 태엽을 다시 감아도

그릴 수 없어요

언젠가 다시 돌아온대도

더 알지 못합니다

오고가는 저 찬란한 오늘

****

장용자 시인의 디카시 《벽화》를 감상합니다. 태엽을 단단하게 감아 놓은 오늘이 태엽이 풀리면서 뜨겁던 태양이 붉은 노을로 물들어 갑니다. 오늘이 서서히 물러가고 내일이 다가오는 중입니다.

시인은 풀어진 태엽을 다시 단단하게 감아 되돌리고 싶은 오늘이 있나 봅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시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 아쉬움이 저에게도 크게 전해집니다. 지금 시간이 흐르고 있는 이날 오늘은 참으로 냉정합니다.

누구에게나 에누리 없이 똑같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똑같이 주어진 오늘이 사람에 따라 너무 길어 내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늘이 너무 짧아 아쉽기만 한 사람도 있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결국은 오늘이 되고 말 것입니다.

나에는 오늘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봅니다. 오늘 오늘 하다 보니 일주일 그리고 일 년 그리고 긴 세월이라는 단어 앞에 결국은 마침표를 찍습니다. 오늘이 지나간 달력을 모았더라면 제 키를 넘고도 남았겠습니다. 그 많은 오늘 중에 나에게 찬란한 오늘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돌이켜 봅니다.

오늘을 야무지게 사용해본 적이 있었던가? 나의 오늘이 내일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 장용자 시인의 디카시 《벽화》를 감상하면서 나의 오늘을 벽화로 그린다면 과연 명작이 될 수 있을까? 머리와 가슴으로 그려보면서 찬란한 내일을 위해 나의 오늘을 태엽으로 단단하게 감아봅니다.

글=박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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