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 울산에서 열린 전국행사의 주인공은?
-244- 울산에서 열린 전국행사의 주인공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0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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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회 전국체전과 제42회 전국장애인체전이 울산 공업도시 60주년을 기념해 17년 만에 울산에서 개최되었다. 전국체전은 국내에서 가장 큰 전국 규모의 체육행사인 만큼 울산시민은 이 행사를 많은 기대 속에 준비하고 기다려왔다. 이 체육잔치는 10월 초에 시작해 10월 말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모든 행사는 종료 후에 여러 가지 장단점이 제대로 정리되어야 향후 더 큰 발전의 모티브가 될 수 있다. 개막식과 폐막식의 연출 자문위원을 맡았던 필자는 이번 행사에 대해 몹시 안타까운 심경을 감출 수가 없다.

울산시와 울산시체육회는 전국 단위의 큰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오랜 기간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로 치른다는 각오로 준비해왔다. 늦었지만, 행사 관계자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기대가 컸던 시민들은 전국체전이 훌륭하게 잘 치러지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아쉬움이 많은 행사가 되어 버린 듯하다. 왜 그랬을까?

개·폐막식 연출 첫 자문회의가 올해 초 울산종합운동장 회의실에서 열렸고, 그 후에도 여러 차례 회의가 이어졌다. 자문위원들은 총연출 감독의 연출 계획과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열의 넘친 토론을 벌이는 가운데 회의는 사뭇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행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총연출 감독은 자문위원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연출 방식만 고집하는 분위기를 이어갔다. 먼저, 개·폐막식 행사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과연 얼마나 참여했는지, 총연출 감독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주요 체전행사 무대에서 예술인들이라고는 서울과 다른 지역 예술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연출 감독은 어린이합창단과 시립무용단, 적은 인원의 무용수들이 참여한 것을 두고 “이만하면 울산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할 만큼 참여했지 않느냐?”는 식으로 답변했고, 필자는 그런 답변에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애향심으로 활동하는 지역 예술인 다수는 전국체전 문화예술행사에서 철저히 소외된 현실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과 허탈감도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수차례에 걸쳐 열린 자문위원 회의는 형식적 회의였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회의 때마다 울산을 사랑하는 지역인들과 소통하면서 애향심 짙은 의견들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이러한 의견이 반영되는 행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의 큰 행사에서 그 지역 문화예술 행사가 빠지는 경우나 그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소외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울산은 전국 행사를 치른 경험이 제법 많다. 코로나 사태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울산의 문화행사들은 역경을 이겨내며 시민들을 만나 왔다. 또 많은 지역 예술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 예술을 꽃피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이렇게 지역을 지켜온 예술인들이 크고 의미 있는 전국 행사에 많이 참여하지 못한 일은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로 남을 듯하다.

2023년 6월에는 울산의 새로운 대표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1967년부터 열려온 ‘처용문화제’가 사라지는 대신 ‘공업축제’에 뿌리를 두고 규모를 더 키운 ‘울산산업문화축제’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울산의 기업과 노동과 문화예술이 한데 어우러지는, 복·융합 축제 프로그램을 새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행사 관계자들은, “모든 행사의 주인공은 울산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축제문화콘텐츠가 전국에서 으뜸가는 울산의 복합문화사업으로 자리 잡길 간절히 바란다.

박선영 울산무용협회장/박선영무용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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