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마트 미래학교 톺아보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톺아보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0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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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한편에 기다란 조립식 건물이 놓여 있다. 얼핏 보면 컨테이너 같기도 한데, 자세히 보면 통유리 구조에 회색빛이 감도는 게 나름 세련됐다. 실내로 들어가 보니 새것 냄새가 물씬 난다. 현대적 시설은 깔끔하고 쾌적하지만, 때론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통유리를 통해 가득 들어오는 햇볕은 꽤 포근하게 느껴진다.

교실 내부는 일반 교실에 비해 큼지막하니 넓고, 화재나 경보장치는 일정 간격을 두고 빈틈없이 설치되어 있다. 학생들이 선호할만한 모습의 이 건물은, 바로 현대청운중에 설치된 ‘모듈러 교실’이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설립을 위해 임시로 지어진 건물로, 2023년에는 15개교에 모습을 나타낼 예정이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약 5년간, 18조 5천억을 투입, 국내 약 1천400개교에서 진행된다. 울산교육청의 경우 같은 기간 총 3천660억을 들여 관내 31개교 50개 동을 개축 또는 리모델링 하며, 전체 예산 중 976억은 민관 합작 BTL 방식으로 조달한다. 사업 대상은 지어진 지 40년이 지난 건물이지만, 단순한 재건축 의미를 넘어 공간혁신, 그린(자연친화)학교, 스마트교실, 학교시설 복합화를 통해 교육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미래형 교육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그 목적이다.

공간혁신이 가지는 의미와 효과를 잘 보여주는 예로, 2021년 3월에 개교한 서울 신길중학교를 들 수 있다. 외관이 독특한 이 학교는 꼭 유럽풍 벽돌식 전원주택처럼 생겼다. 지붕은 삼각형 박공지붕으로, 높이만 3.6m나 된다. 실제 미네소타대학 실험에 따르면, 높이 2.6m 교실에서 공부한 아이보다 3m 교실에서 공부한 아이의 창의력 점수가 2배 이상 높았다.

학교 내 중정과 테라스, 옥상정원을 포함해 정원이 모두 19개나 되는 것도 독특한 모습이다. 아이들은 어디서나 쉽게 자연과 하늘을 접할 수 있다. 야외와 맞닿은 실내 공간은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어, 시야 접근성도 좋다. 야외 활동이 쉬워지니 자연스레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뛰논다. 교사의 수업방식도 저절로 다양해진다. 정원에서 야외 전시회도 하고, 야외 광장에서 탁구와 요가 수업도 한다.

울산교육청 역시 공간혁신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하는 학교를 조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방어진초는 생태숲과 생태녹지를 조성해 자연 놀이터로 활용할 계획이고, 저녁 시간에는 시민들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다. 주전초는 다목적 강당 지붕에 BIPV 시스템을 적용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예정이다. ‘BIPV 시스템’이란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다.

도서관은 칙칙한 고서 냄새가 풍기는 곳에서 산뜻하고 개방된 광장형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광장형 공간은 야외 공연장뿐만 아니라 다목적 구장, 나아가 교사들이 다양한 수업을 구현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VR 체험실, 메이커실 등으로 구성된 스마트 스튜디오 또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서 빠질 수 없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직접 3D 프린팅을 체험하고, 로봇을 설계하고, 메타버스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

학교의 평당 건축비는 기타 대규모 시설 건축비보다 매우 적게 들어 단순 콘크리트 구조에 창문만 하나씩 달린 교도소보다 저렴하다고 한다. 낡고 획일화되고 구시대적인 공간에서 아이들이 미래를 선도하는 인재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은 과욕이다. 한 번 지을 때 제대로 지으면, 아이들은 12년 동안 생애 최고의 터전을 선물로 받는 셈이 될 것이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성공 여부가 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박재우 울산강북교육지원청 행정지원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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