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뒷골목 / 신미경
[디카+詩]뒷골목 / 신미경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2.0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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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코앞까지 기어이 쫓아간 빌딩들로

별과 달이 희미해진,

복사된 꿈이 즐비한 곳

샤워기에선

오물 같은 도시의 그림자가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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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거리에 버려진 샤워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신미경 시인의 디카시 “뒷골목”을 감상합니다.

이 작품뿐만이 아니라 시인의 작품은 꼭 찾아 읽어보는 편인데, 작품들 대부분에서 사진에 대한 깊은 내공이 느껴집니다. 특히, 이 작품은 사진을 잘 찍어서라기보다는 누구나 쉽게 지나쳐버릴 이미지에서 찾아낸 시적 언술에 매료되었습니다.

“바다 코앞까지 기어이 쫓아간 빌딩들로 / 별과 달이 희미해진, / 복사된 꿈이 즐비한 곳” 이라고 합니다. 아무데나 버려진 샤워기에 비친 바다 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빌딩들 때문에 별과 달이 희미해졌다고 합니다. 멋진 묘사로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문제를 토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카시의 저변확대가 이뤄지면서 이미지에 숨어있는 시를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설명에 그치는 디카시가 많아졌는데, 시인의 디카시는 “샤워기에선 / 오물 같은 도시의 그림자가 새고 있다” 와 같이 꼭 되짚어 읽어보게 하는 호소력 짙은 진술이 함께합니다. 또한, 제목도 심사숙고하여 정한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뒷골목에 버려진 샤워기에 비친 빌딩들과 오염된 물에 반영된 샤워기가 합쳐져서 시름시름 알고 있는 둥근 지구 같아 보여 마음이 더 시립니다. 신미경 시인의 디카시 “뒷골목”을 함께 같이 감상하면서 푸르른 초록 지구 만들기에 함께 동참하길 바래봅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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