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글쓰기
창의적 글쓰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1.2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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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어려움 없이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창의적 글쓰기는 더욱 막연하고 힘들다. 이는 ‘창의성’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창의성’이란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창의성을 더 막막하고 어렵게 만드는 고정관념이다. 창의성의 본질은 ‘무심히 지나간 것을 새롭게 해석해서 새로운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새로운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는 데에 큰 몫을 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이란 한마디로 ‘이야기(story)+말하기(telling)=이야기하기(storytelling)’이다. 즉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인류가 등장한 이래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흔히 ‘이야기 좀 하자.’라고 말한다. 이 말을 건네는 이는 지금 어떤 마음을 가진 것일까?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어떤 메시지를 안고 있다. 이야기가 통하지 않으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는 없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반대 개념은 무엇일까? 그것은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정보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면에서 정확성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흥미롭거나 전달력이 강하지는 못하다.

지금 대학에서 궁극의 글쓰기는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이다.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시국에도 우리 대학은 취업면에서 꽤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 그렇기에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한 열기는 더욱 뜨겁다.

우리는 삶의 중요한 지점에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 자기소개서 작성은 종이 한 장에 내 삶을 압축하여 그려내야 하는 매우 고난도의 작업이다. 당연히 ‘나’를 소개하려면 ‘나’에 대한 성찰과 고찰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처럼 내가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고,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등의 단순한 접근은 이미 지루하고 따분한 글이 된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스토리가 있는 자기소개서’가 주목받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자기소개서에서는 흔한 나열식 설명을 지양한다.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일화가 제시되어야 한다. ‘저의 장점은 근면 성실함입니다.’라는 단어 중심의 직접적인 표현이 아닌 ‘장면 연상’이 가능한 내용을 선호한다. 이를테면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매일 아침 2킬로미터씩 조깅을 합니다.’와 같은 스토리성이 중시되고 이를 평가자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스토리가 있는 자기소개서’를 쓰려면 ‘특별하고 희귀한’ 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초·중·고 학창 시절과 대학 생활의 패턴은 대부분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모두가 겪은 ‘비슷비슷한 일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자기소개서의 성패가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힘이 작용해야 가능하다.

취업을 위해서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나란히 요구된다. 이력서와 같은 정확성을 담은 ‘정보’와 더불어 자신의 ‘이야기’를 엮은 자기소개서가 곁들여진다. 대기업의 자기소개서 양식도 꽤 변화되었다. 이전의 ‘성장 과정’이라는 항목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과 그 의미에 대해 기술하시오.’와 같은 제목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것만 봐도 스토리가 있는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이렇듯 ‘창의적 글쓰기’를 요구하고 중요시하는 데에는 표절과 같은 글의 윤리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박양순 울산과학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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