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아이들아 ‘지못미’
동구 아이들아 ‘지못미’
  • 하주화 기자
  • 승인 2009.07.14 2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점영어교육센터가 ‘산고’를 끝내고 줄줄이 개소에 들어갔다.

센터에는 학원에 버금가는 각종 교과교실 및 체험 시설 등이 들어섰다.

거점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 각각의 단위학교에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혜택을 누리게 됐다.

울산시교육청과 4개 기초자치단체가 ‘권역별 영어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손을 맞잡은 덕분이다.

쉽지는 않았다. 사업 자체가 표류 위기에 놓이는 등 센터 설립 과정은 그야말로 ‘난산’(難産)이었다. 역시 ‘돈’이 문제였다. 당초에는 모두 지난해 9월 설립 예정이었다.

‘우리지역 학교’ 학생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자체단체가 구축 및 운영예산을 협조해 줄 것이라는 전제로 교육청이 세운 계획이었다.

지자체의 입장은 달랐다. 이들은 오랜 동안 ‘예산지원 보이콧’을 고수했다. ‘빠듯한 살림살이’가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전국지자체 공동결의문’이 등장했고 예산을 내어주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던 일부 구ㆍ군도 독자적 행보를 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센터 설립은 아예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도 했다.

‘한 푼’도 받지 못한 교육청은 부랴부랴 운영비 부분을 삭제한 긴급예산안을 내놓았고, 타ㆍ시도의 자치단체들이 동맹을 깨고 하나둘씩 예산을 편성하면서 울산에도 가능성이 열렸다.

자칫 울산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타시ㆍ도보다 뒤쳐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교육청과 자치단체가 ‘러브라인’을 구축했다.

모두 7곳의 구군별 영어교육센터가 문을 열게 됐다. 시교육청이 구축한 것까지 더하면 총 9곳이다.

그런데 이제 막 닻을 올린 ‘권역별 영어공교육 활성화’ 프로젝트에 아쉽게도 이가 하나 빠져있다. 동구가 남은 탓이다. 동구는 의회의 예산 심의를 끝내 넘지 못했다. 졸지에 동구 아이들이 ‘가지지 못한 자’의 설움을 받게 됐다. 동구는 지난 진단평가에서 만년 꼴찌였던 울주군에 밀리는 수모를 겪은바 있다.

울주군이 아이들의 학력향상을 교육청에만 맡겨 놓지 않고 방과후학교 예산을 확대하는 등 두 팔을 걷어붙인 결과였다.

울주군의 이 같은 행보에는 교육이 좋아지면 지역인재 유출을 막고 덩달아 땅값 상승과 자산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복선이 깔려있다.

동구청은 아이들에게 뒤늦게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만 외치고 있을 생각인가.

교육에 소홀하면 모든 것이 ‘공멸’(共滅)한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 하주화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