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조화’
‘플라스틱 조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1.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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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치단체인 경남 김해시가 대통령상 다음가는 국무총리상(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11월 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8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경영대전’에서 쟁쟁한 경쟁 상대 도시들을 따돌리며 거둔 결실이다. 김해시의 은메달 프로젝트는 ‘공원묘원 플라스틱 조화(弔花) 사용금지’라는 새로운 환경시책이었다.

이 시책이 적용된 것은 올해 2월 설 명절 때부터였다. 소소한 지방 소식도 놓치지 않고 챙겨 보는 필자는 이 뉴스를 접하는 순간 탁하고 무릎을 쳤다. 인구 54만(2020년 4월 기준)의 김해시가 인구 110만을 웃도는 울산광역시를 감히 뺨치다니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친 탓이다. 시쳇말로 ‘대박’을 예감했던 것.

흥미로운 것은, 김해시의 수상 소식을 접한 부산 국제신문 취재진이 최근 김해 공원묘원 네 곳 중 두 곳을 다녀와 르포 기사를 11월 20일 내보낸 일이다. 그 내용을 전하는 것은, 이런 시책을 울산시도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참고로, 김해시가 대박을 터뜨린 ‘지방자치 경영대전’은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의 우수 정책을 발굴·확산하려는 뜻에서 한국일보와 손잡고 2004년부터 해마다 여는 행사다.

설이나 추석을 맞아 김해지역 공원묘원 네 곳의 무덤을 장식하는 꽃은, 새 환경시책이 시행되기 전만 해도 거의 100%가 ‘플라스틱 조화’였다. “햇빛에 석 달 있으면 바로 탈색·변색이 되고 미세먼지 가루가 날아다닙니다. 중국산 조화가 2천t가량 되거든요. 계산하면 쓰레기양이 엄청난 거죠. 이 조화가 플라스틱이다 보니 태우면 무게보다 탄소가 더 많이 나옵니다. 그 양을 다 더하면 일 년에 태우는 탄소가 1천700t까지 나온다는 이야기죠.” 김해시 관계자의 말이다.

전문가의 말을 들으면 섬뜩한 기분부터 들지 모른다. 플라스틱 조화(弔花)는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철심 따위로 만든 조화(造花)이기 때문에. 사실 꽃잎은 PE(폴리에틸렌)·나일론·PVC(폴리염화비닐)로, 줄기는 철사와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 숱한 조화 가운데 국내 제품은 거의 없고 99.8%가 중국산 수입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평균 2천t 넘게 수입되는 플라스틱 조화는 연간 약 1천557t의 쓰레기로 변하고, 처리 비용은 매년 약 329억 원이 든다. 또 플라스틱과 철사 따위로 만들어져 재활용도 쉽지 않고 잘 썩지도 않아 태우거나 묻어야 한다. 플라스틱 조화의 유해성은 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중국산 조화 때문에 울상짓던 ‘한국 화훼자조금 협의회’란 단체가 플라스틱 조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 실로 놀라웠다. 벤젠·납·미세플라스틱과 같은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헌화한 후 그대로 놓아둔 조화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1천284개나 나와 새 조화(220개)보다 5.8배나 많았다는 사실이다.

국제신문 기자는 김해시가 새로운 환경시책을 발굴한 배경도 알아냈다.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적 장치가 없는 데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 시책을 도입한 지자체가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문제는 앞으로 국회 차원의 고민이 절실한 대목이다. 하지만 지자체 차원의 시책 추진은 단체장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본다. 이번에 김해시가 국무총리상을 받은 명분은 ‘조화 근절을 통한 탄소 저감 실천’이었다.

다음은 김해 공원묘원을 둘러본 국제신문 취재진의 후일담이다. “공원묘원 근처 휴게소에 드라이플라워(=말린 꽃) 자판기가 있고 생화도 팔고 있었다. 한 상인은 ‘옛날엔 조화를 10명이 사셨다면, 요즘은 6~7명이 생화를 가지고 오신다’고 말했다.” 새 시책 시행 9개월 만에 찾아온 변화인 셈이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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