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증후군
피터팬 증후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7.1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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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낭보가 날아들었다. 오랜 시간을 끌어온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타결되었다.

EU는 세계 최대 경제권이자 우리나라 제 2의 교역파트너이다. 따라서 한-EU FTA가 타결됨에 따라 지난 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규모가 큰 역대 최대 규모 경제동맹이 출현하게 된다.

경제규모를 떠나 교역규모를 보더라도 한국과 EU 양측의 수출입 합계는 12조3천200억 달러로 NAFTA 교역규모의 2.5배에 달한다. 지난해 유럽의 코펜하겐 연구소는 한-EU FTA로 EU는 최대 43억 유로(실질 GDP의 0.05%), 한국은 최대 100억 유로(실질 GDP의 2.3%)의 소비자 후생 증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우리 경제가 GDP 2~3% 추가성장, 수출물량 2.5~5%의 확대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단 규모뿐만 아니라 자유무역에 어려운 여건들을 극복하고 결실을 맺은 협정이라는 측면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파급효과와 산업별, 업종간, 국가간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그리고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뿌리인 아프리카를 찾아가 가난으로부터 탈출해 경제 발전을 이루어 낸 한국의 사례를 들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한국을 배우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하고 있다.

이처럼 바깥의 한쪽에서는 한국의 경제규모와 잠재력을 인정하면서 교역파트너로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한국과의 경제동맹을 원하고 있고 또한 미국 대통령도 지난번에 이어 또 다시 한국을 예로 들면서 경제적 분발을 촉구하고 있어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금융시장, 현실로 돌아와 보면 사뭇 답답한 심경을 지울 수 없다. 지난 주 코스피는 두 차례나 연중 최고치를 건드리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제한적인 움직임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갱신할 때는 다른 나라와의 차별적인 요인들을 언급한다. 여기서의 차별적인 요인이란 상대적으로 견실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및 기초체력 그리고 양호한 실적들을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바깥의 또 다른 한쪽에서 요인을 찾는다. 특히 미국 경제상황이 많이 언급된다. 미국경제 현실에 대한 미국 정부의 평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어 필요한 조치가 늦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어찌 됐건 우리의 경우 경기 여건이나 실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 볼 수 있고 외국인의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도 지속되고 있어 우리시장 입장에서 최소한의 하방경직성 확보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승에 대한 동인을 찾다 보면 2%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우리 주식시장을 보고 있으면 ‘피터팬 증후군’이 떠오른다. 피터팬 증후군이란 성년이 되어도 어른들의 사횡에 적응할 수 없는 ‘어른아이’같은 심리적인 증후군을 말하는데 두 달 넘게 똑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지금의 주식시장을 보면 아주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글로벌 경제권에 있어 자유무역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번의 한-EU FTA체결이 피터팬 증후군에 걸려있는 우리 주식시장에 이를 벗어날 수 있는 상승 모멘텀의 촉매가 되길 기대해 본다.

/ 김기석 대우증권 울산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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