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탈울산 청년 잡으려면 ‘울산청년형 경험’ 필요해”
[창간특집] “탈울산 청년 잡으려면 ‘울산청년형 경험’ 필요해”
  • 정세영
  • 승인 2022.11.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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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원하는 울산은?】
울산 청년정책네트워크 3기로 활동중인 5인을 만나 ‘청년 탈울산 행렬’을 막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달 27일 울산청년센터에서 청년정책네트워크 3기로 활동 중인 지역청년들이  ‘청년 탈울산 행렬’을 막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울산의 현재이자 미래인 청년층의 ‘탈울산’ 행렬이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연간 국내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의 인구 대비 순유출률은 -1.2%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순유출 인구 1만3천674명 중 20·30대가 6천800명(49.7%)에 달해 청년층의 인구 유출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인구 유출은 지역소멸 위기의 주요인이자 도시가 활력을 잃어가는 원인이다. 한때 국내에서 가장 젊은 도시였던 울산의 고령화 속도도 한층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수요자 중심의 청년 정책 활성화로 청년 인구 유출을 막는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음은 청년들의 목소리로 직접 울산의 현 주소와 정책들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취업 위한 경쟁력 있는 대외활동은 수도권에 몰려

청년문제 발굴부터 정책제안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 5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탈울산 행렬에 대해 가장 먼저 ‘청년이 성장할 수 있는 울산’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양한 경험을 제공, 청년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 울산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하는데 경쟁력 있는 대외활동은 수도권에서 접할 수 있는 현실”이라며 “학업 이후 수도권으로 올라가다 보니 울산을 떠나 자리잡게 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산학협력 하에 ‘울산청년형 경험’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바이오 분야에서 유니스트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유일한 것으로 아는데, 지역의 강점을 활용해 필드에서 청년들의 활동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바랐다.

아울러 “현재 시행 중인 청년 지원 사업도 수익구조 등 성과 위주라 다양한 시도를 하기엔 제한이 크다”며 “기획비를 책정해서 임금처럼 제공하는 등 지금보다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2차 산업 위주의 일자리 대부분

미디어 강사로 활동 중인 이창수(34)씨는 청년들의 탈울산 주요 원인으로 제한된 일자리를 꼽았다. 현장직을 선호하지 않는 요즘 세대들이 디자인, IT 기업 등 선호하는 직업을 따라 수도권으로 떠난다는 것이다.

이창수씨는 “울산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며 “2차 산업 위주의 일자리가 대부분으로 자동차, 석유화학 분야와 본인 적성이 맞지 않을 때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 일은 공장 사무직을 선호하지 않는 데다 공공기관은 취업이 어렵다보니 어쩔 수 없이 울산을 떠나는 청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현재 울산 청년 일자리 정책은 제조업 중심 중소기업 위주”라며 “중소기업 직원이 아니라면 적용될 수 없어 대다수 청년들은 정책을 외면하게 된다. 최근 울산에 영상, 디자인, 스타트업 기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 3기로 활동중인 5인이 간담회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 3기 이창수, 성민주, 박미진, 조강래, 엄유미씨가 본보와의 간담회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문화와 관련된 골목들 생겨도 사라져

7년째 천연비누 공방을 운영중인 박미진(35)씨는 청년 창업가들이 모인 문화골목 활성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미진씨는 “가까운 부산만해도 청년 창업가 공방을 중심으로 즐길거리가 풍부한 골목들이 많다”며 “반면 울산은 문화와 연관된 특색있는 공방들이 부족한 데다 톡톡팩토리, 청년몰 등 이색적인 곳이 생겨도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타 도시에 비해 청년들의 즐길거리가 줄어드는 원인”이라며 “울산은 창업 공간지원사업은 활성화됐지만 마케팅, 컨설팅 등 초보 청년사업가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춘천에는 다 쓰러져가는 시장을 살린 ‘육림고개’ 청년몰이라는 성공 케이스가 있다”며 “청년들과 시장에 자리 잡은 오래된 상인들이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인데, 다양한 세대들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성장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또 “울산도 원래 있던 장소의 매력을 살리면서 청년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며 “이를 위해선 단순히 공간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닌 다방면으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외곽 관광지 교통편 열악… 즐길거리도 부족

대학생이자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성민주(22)씨는 청년들의 문화적 활동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교통인프라’를 제시했다.

성민주씨는 “울산은 문화 인프라가 곳곳에 떨어져 있는 데다 교통편이 열악하다”며 “축제가 끝나면 보통 밤 10시가 넘어가지만 버스는 시내만 도는 노선에다 택시는 할증이 붙는다. 지하철이 있는 서울 부산 대구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장생포가 떠오르면서 주말에 방문하려고 해도 버스가 거의 가지 않더라. 심지어 1시간 동안 한 대도 안 지나갈 때도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 장생포에서는 왜 청년들이 오지 않냐고 한다. 또 이 같은 특정 관광지 주변 먹거리나 즐길거리도 부족한 편”이라고 했다.

그는 “버스택시 환승 정책을 도입해 청년들의 이동·접근성을 높여야한다”며 “현재 울산청년네트워크 내에서 몇년 전부터 해당 정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년들의 문화 접근성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주거 고민 덜면 탈울산 제지 효과 있을 것

청년활동가들이 모인 웨일웨이브협동조합에서 도시재생·마을공동체 책임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조강래(31)씨는 울산 청년들이 기본적으로 주거 정책에 대해 효능감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울산 주거정책지원은 단순히 50만원 정도의 지원금만 주는 형식”이라며 “신혼부부 대출 같은 경우는 최대 1억5천만원에서 2억원인데 이마저도 청년들이 원할만한 주거지에 입주하기는 어려운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들은 ‘전세보증보험’이라던지 시가 보증을 해서 전세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를 해주는 정책을 원하고 있다. 이는 이미 부산 대구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청년들이 스스로 주거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씨는 “청년들이 만 19세가 되면 청약통장 1회차 납입을 지원해 개설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며 “울산 만19세 청년은 1만 명이 안돼 5만원씩 5억원 가량의 예산으로 20살 모든 청년에게 만들어줄 수 있다. 주거 공간에 대한 고민을 덜고 울산을 떠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년지원 정책 있어도 참여율 저조해

도시재생연구가이자 공공기관 청년일자리사업 파트에서 2년간 활동한 엄유미(30)씨는 청년지원정책 활성화를 위해선 자격 기준을 간소화하고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 청년들을 위한 지원사업이나 정책을 지원하면서도 과연 청년들이 참여할지 걱정이 많았다”며 “실제로 참여율이 저조해 다시 공고를 띄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관에서 나와 수요자가 돼보니 홍보 부족도 원인이지만 행정적인 지원 이후 증빙 절차가 복잡한 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대다수 청년들은 복잡하고 불필요한 행정절차에 그냥 안 받고 만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행정절차가 간소화되는 추세지만 울산은 역행한다고 느낄 정도로 점점 엄격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청년들이 정책을 점점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정책 설계 과정에서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바랐다.

손건희 울산시 청년정책특별보좌관은 “울산을 떠나고 있는 청년들에게 울산이 희망의 도시, 기회의 도시가 되도록 해줘야한다는 것을 느낀다”며 “청년들의 현장감 있는 의견을 받아들여 실효성 있는 청년 인구 유입 정책을 제언해, 청년 정책 체감도 향상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글=정세영 기자·사진=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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