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할 것과 거부할 것
수용할 것과 거부할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1.0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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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할로윈(핼러윈) 데이를 즐기려고 청년들이 좁은 골목길에 너무 많이 몰려 밀고 밀리다가 넘어지면서 156명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중경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할로윈 데이’(Hall oween day)라는 국적도 불분명하고 목적도 의미도 없는 문화를 상술로 이용하면서 이런 참사가 발생하여 유가족들과 바라보는 국민들의 가슴에 멍이 들었다.

괴상한 귀신분장으로 자신을 숨긴 채 먹고 마시고 강렬한 음악에 맞춰 춤추며 흥분하는 그 현장을 향하여 들뜬 마음으로 몰려온 청년들이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사단(사탄, Satan)의 음모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먼저 가려고 앞으로, 앞으로 밀고 밀리다가 대형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할로윈 데이를 즐긴다고 요란하게 장식을 하고 괴상한 분장을 시키는 것을 해마다 본다. 그런데 어른들이 할로윈 데이라는 행사를 통하여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무엇을 하든지 그건 우리의 자유이니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고 말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유가 좋기는 해도 절제 없는 자유는 방종이 되고 개인과 사회를 망칠 수도 있다. 자유를 누리려면 스스로 절제할 줄 알아야 하고 사회의 규범과 법을 지켜야 한다. 규범이나 법을 지키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을 자유라고 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목장에는 넓고 푸른 초원에서 양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놀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목장 가장자리에는 울타리가 있다. 어떤 곳은 전선이 설치되어 울타리를 벗어나려고 갔다가는 전기에 감전되어 깜짝 놀라 되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뛰어넘어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자유로울 것 같아도 그렇지가 않다.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기도 하고 사나운 짐승을 만나 찢겨 죽기도 한다.

진정한 자유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과 법을 지키며 스스로 절제하는 가운데 누리는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으로 일컬어지던 우리나라에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하는 사람도 생기고 성전환 수술을 하는 사람도 생기더니 그 수가 점점 많아져 대낮 서울 한가운데서 ‘퀴어 축제’라는 것을 열기도 한다.

그런데 동성애자들의 퀴어 축제는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성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고 동성혼을 인정하고 동성애자들을 혐오하거나 차별하지 말라고 시위를 하고 입법을 시도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모든 사람의 인권은 차별 없이 존중되어야 한다. 사람대접을 받는 개인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사회 공동체를 보호하는 윤리·도덕을 지키는 것도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윤리·도덕은 법보다 앞서는 양심의 법이다. 사회를 보호하는 윤리·도덕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다.

성숙한 문화시민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할 것과 하지 말 것을 분별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무조건 개방하고 무조건 받아들이고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선진국은 아니다.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대한민국 국민의 정체성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지역마다 열리는 각종 축제가 역사성이나 문화적 가치나 교육적 효과 면에서 보존하고 장려할 가치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수용할 것과 거부할 것을 분별하고 행동하는 성숙한 국민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로마서 12장 2절)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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