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 막내아들과 함께한 자동차 여행
-239- 막내아들과 함께한 자동차 여행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1.0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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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남자가 그렇듯 필자도 자동차를 좋아하고 자동차 여행도 즐긴다. 가족과 함께한 자동차 여행도 꽤 많았는데, 그중 2007년에 해본 18일간의 유럽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막내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라 많이 다니지는 못했지만 4개국 십여 도시를 지도만 보면서 여행했다. 그때는 내비게이션이 없다 보니 길을 잘못 들기 일쑤였다. 한국에 돌아오자 막내 녀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빠! 우리 한국에 못 돌아오는 줄 알았어요.” 하는 게 아닌가.

막내는 마흔에 얻은 늦둥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필자를 닮아서인지 어려서부터 차를 무척 좋아했다. 네댓 살 때 거실에 테이프로 도로와 주차장을 그려주면 자동차 모양의 자전거로 하루종일 거기서 놀았다. 녀석이 열두어 살 때 일이다. 제주도 여행 중 서귀포 인근의 한 주차장이 넓고 차도 없길래, “운전 한번 해 볼래?”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고 한다. 운전을 시켰더니 너무 잘 하는 거다. 그날은 아드레날린이 솟는지 종일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아빠! 카드 좀 주세요.” 하더니 며칠 뒤 운전면허증을 따와서는 득의양양이다. 그리고 얼마 후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는 주로 막내 녀석이 운전해서 다녔다. 정말로 차에 진짜 환장한 녀석이다. 이런 막내와 이번 여름방학 때 처음으로 둘이서 2박 3일 여행을 떠났다. 당연히 자동차 여행이다. 여행일정을 짜는 것도 운전하는 것도 모두 녀석의 몫이었고, 필자는 그저 지갑만 열면 됐다.

첫날 행선지는 강원도였다. 예전부터 강원도 길에는 반드시 들렀던 막국수 집에서 편육에 막국수로 점심을 했다. 필자는 반주도 했다. 운전을 안 하니 이런 호사를 누린다. 이후로는 지방도로를 이용하여 녀석이 준비한 핫플을 찾아다니는 일정이었다. 동강 상류의 절경을 맛보고, 국내에서 제일 높다는 해발 1천330m의 만항재에도 올랐다. 휴게매점에서 녀석은 아이스커피를, 필자는 냉칡즙을 시켰다. “칡즙은 무슨 맛이에요?” 하더니 필자의 칡즙을 가져가 맛을 본다. “오잉! 맛있네!” 이래서 아빠와의 추억 여행이 필요한 거다.

다음 날 아침을 먹으며 물었다. “오늘 일정은 뭐니?”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 왔다. “풍력발전단지 보러 갈 거예요.” 국도를 벗어나 좁은 길을 한동안 오르니 산봉우리마다 거대한 바람개비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다. 위용이 대단했다.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동해의 반짝거림도 일품이었다. “다음은 어디니?” 물었더니, “밀양요!” 한다. 중간에 점심 먹으러 휴게소에 들른 것 말고는 논스톱으로 밀양까지 갔다.

밀양의 첫 행선지는 천왕재였다. 자동차 리뷰어들이 자주 찾는 곳이란다. 다음 행선지는 굴길이었다. 예전의 기차 굴을 자동찻길로 개조한 건데 차가 겨우 한 대 통과할 정도로 좁았다. 굴과 굴 사이에 갑자기 터져 나온 멋진 공간이 있었는데, 여기가 ‘원픽’이다. 이어 밀양댐, 배내골을 거쳐 저녁 무렵 울산에 도착했다.

고량주와 수제 맥주를 마시며 두 번째 날을 마무리했다. 녀석이 의외로 술을 잘 마신다. 셋째 날 일정은 필자더러 정하란다. 불현듯 예전에 등산 다니던 연화산의 임도가 떠올랐다. 수풀이 우거지고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인 좁은 임도를 이리저리 한 시간을 넘게 돌았다. 이런 길이 처음인 아들은 신이 났는지 콧구멍을 벌름거린다. 마침내 천전리 대곡천에 이르러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여기서 처음으로 필자가 핸들을 잡고 녀석을 역에 내려주었다. “다음엔 전라도 쪽으로 가요.” 하며 차에서 내린다. 뒷모습이 듬직하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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