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포럼, 잔치는 계속되어야 한다
울산교육포럼, 잔치는 계속되어야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0.3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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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학생은 질문이 많 편이다. 영어 수업을 마치는 종이 치면 몇 명이 교탁으로 후다닥 뛰어나온다. 2학년, 3학년은 영어 문법과 문장, 어휘에 대해 묻는다. 반면 1학년은 ‘선생님, 공부를 왜 해야 돼요?’, ‘영어를 왜 잘 해야 돼요?’라고 묻는다. 학기 초인 3월과 9월에 유독 많은 질문이다.

중학생이 되어 새로운 변화 속에서 미래를 탐색하다 보니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생각이 미치는 듯하다. 사실,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가장 간절한 이는 부모도 교사도 아니고, 아이들이다. 고민하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와닿는 구체적인 답을 해주기가 난감하다. 그래도 영어는 나은 편이다. 코로나가 진정되고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 왜 공부해야 하는지 체감할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사실,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나는 오랜 시간 많은 경험으로 나름의 해답을 만들어왔고 중요한 교육철학으로 삼아 왔다. 그런데도 대답이 늘 궁색하다. 나의 생각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구체적으로 전할 수 있을까. 그들의 생활을 어떻게 배움과 연결할 수 있을까. 남과 소통하고 잘 살기 위한 교육. 세상을 통합해서 바라보는 통섭으로 나아가는 교육. ‘최재천의 공부’라는 책을 읽으며 밑줄을 그어둔 말이다. 나는 이 문장에 눈길이 갔다. 교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교육을 명료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의 짐이 지워지진 않는다. 교사가 실현하고 싶은 교육과 교과서라는 권위적인 문서를 통해 교사에게 맡겨진 교육 사이의 괴리감 때문이다. 학교에는 국가 교육과정이라는 레시피가 정해져 있다. 교사는 교과서라는 주재료를 가지고 레시피에 따라 수업이라는 음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국가 교육과정이라는 레시피를 변형해볼 수는 있다. 교과서라는 주재료에 양념을 쳐서 색다른 풍미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학생들의 생활과 환경에 연결되는 실제성 있는 수업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그동안 교사들이 활용할 레시피(교육과정)를 국가 단위에서 정했기 때문이다.

국가 교육과정은 범위가 큰 만큼 학습자의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다. 위에서 언급한 책에 나오듯이 ‘주변환경과 소통’하고 ‘현실 세계를 통합’하는 일상적이고 실제적인 범위와는 다른 차원이다. ‘소통’하고 ‘통합’하는 교육은 여전히 먼 것일까. ‘둘러싼 환경과 소통하고 내가 처한 현실을 통합해서 바라보는 교육’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아이들의 질문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그 교육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일상과 내가 처한 환경에 잇대어있는 학습에서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1일 ‘울산교육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울산 교육과정에 대해 다루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 울산과 연결된 배움, 나의 살에 와닿는 학습이 일어나게 하는 지역 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토론이었다.

심장이 뛰었다. 울산의 네트워크에 대해 가르치지 않고 세계적인 연대를 말할 수 있을까. 울산의 기후 위기를 모르는 학생에게 지구 반대편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 운동이 얼마나 와닿을까. 많은 선생님이 바라는 교육, 생활과 ‘소통’하고 ‘통합’할 수 있는 교육과정에 대한 토론의 장이 아닌가.

흥겨운 잔치였다. 포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앳된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학부모, 교사, 교직원, 대학교수까지 발표자, 토론자가 되어 단상에 올랐다. 각자의 관점에서 울산 교육과정이 가야할 방향을 이야기했다. 청중과의 대화도 이어졌다. 현장에서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유튜브로 올라온 질문은 다 다루어지지도 못했다. 포럼 내내 손이 들썩였다. 손을 들어 질문을 하고 바람을 말하고 싶었다. 지역 교육과정 개발에 무관심한 교육주체에게 서운해하는 목소리에는 같이 한숨이 나왔다.

질문 속에 아이디어와 성찰이 있었다. 좌장은 잘 정리했고 답변자는 정성스러운 답을 내놓았다. 모든 질문을 듣고 싶었고 모든 답변을 알고 싶었다. 한정된 시간이 아쉬웠다. 마무리를 하고 일어섰다. 그러나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모두 피부에 와닿는 교육, 울산 교육과정 탄생의 가능성에 내심 환호했다.

이제 그들의 손에 작은 열쇠가 쥐어졌다. 그들이 그 열쇠로 울산 교육과정 개발이라는 상자를 열어서 많은 관심을 쏟아주길 바란다. 잔치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인경 야음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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