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반도에 남겨진 상처, 그리고 우리는?
올여름 한반도에 남겨진 상처, 그리고 우리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0.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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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산이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모습에서 가을이 왔음을 느끼는 사람, 긴 옷을 판매하는 홈쇼핑에서 가을이 왔음을 느끼는 사람, 사람마다 가을이 왔음을 느끼는 방법이 다양하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무척 좋아했고 야구 포스트시즌을 보면서 가을이 왔음을 느꼈다. 필자가 응원하는 야구팀이 잘하는 해이면 봄부터 가을을 기다렸고 그렇지 못한 해에는, 가을에게는 미안하지만, 별생각 없이 가을을 맞이하였다.

그런데 요즘 가을이 조금씩 싫어지려고 한다.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많은 사람이 기억 속에서 기후변화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올여름 수해 재난지역에 정치인들이 찾아가 자원봉사를 하는 뉴스, 연예인을 비롯한 다양한 유명 인사들이 기부행렬에 동참하는 뉴스를 자주 접하면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느꼈다. 하지만 뉴스에 자주 나오던 가뭄과 홍수에 관한 기사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사람들의 관심 또한 사라졌다. 그냥 잊어도 되는 것일까?

지난 8월 8일 밤부터 쏟아진 물 폭탄으로 서울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였다. 지하철과 버스가 끊기고 심지어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가족이 침수로 고립되어 사망하는 인명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9월 6일 한반도 남단에 상륙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피해로 포항제철은 아직도 정상적인 공장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상일 때 발생하는 것으로 대체로 북위 5도~25도 사이의 해상에서 발생한다. ‘힌남노’는 북위 26.9도에서 발생한 태풍으로 북위 25도보다 북쪽에서 발생한 첫 초강력 태풍이다. 이 또한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변화하여 더 강력한 태풍이 발생하고 더 많은 물 폭탄이 쏟아질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기후변화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방법을 물어보면 학생들은 ‘대중교통 이용하기, 에너지 사용 줄이기, 분리 배출하기’ 등과 같은 방법을 곧잘 대답한다.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환경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밖에 없을까? 학생들이 대답한 방법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안들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저감’도 중요하지만, ‘적응’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다.

IPCC 보고서에 의하면 배출된 탄소는 수십 년에서 몇백 년까지 대기 중에 남아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오늘부터 탄소를 배출하지 않더라고 지금의 문제는 수십 년에서 몇백 년까지 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가뭄, 폭염, 폭설, 폭우와 같은 이상기후를 더 혹독하게 경험할 것이다. 2003년 태풍 매미로 18명이 숨지고 5천900억 원의 막대한 피해를 보았던 마산만 지역은 해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1.2km 차수벽을 설치하여 매미와 경로 및 강도가 비슷한 힌남노의 피해를 크게 입지 않았다. 이 사례처럼 우리는 변화된 기후에 적응할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모든 재난이 그렇듯 기후변화 역시 가장자리에 있는 이들부터 밀어낸다. 폭염 상황을 떠올려보면 전기요금 걱정으로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는 저소득 취약계층, 쪽방 주민들이 더 큰 피해를 본다. 폭우도 마찬가지다. 이번 여름에 폭우로 피해를 봤던 서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반지하 주택에 사는 거주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본다. 우리는 기후 문제를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취약계층이 먼저 그리고 더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할 때이다.

김종우 울산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고교학점제지원센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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