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조성 시대, 교과서 내용 왜곡 이젠 바로잡자
반구대 암각화 조성 시대, 교과서 내용 왜곡 이젠 바로잡자
  • 정인준
  • 승인 2022.10.2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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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반구대 암각화 수능문제 오류 논란 10년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암각화를 찾은 울산시민들이 자녀들과 함께 관람하고 있다.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암각화를 찾은 울산시민들이 자녀들과 함께 관람하고 있다.

본보는 지난 2011년 11월 18일자 1면 보도로 ‘반구대 암각화 조성 시기’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 1번<그림 참조>으로 반구대 암각화 조성연대를 묻는 문제가 제시됐는데, 정답으로 청동기 시대를 골라내야 했기 때문이다. 정답은 3번이었다.

당시 이 문제에 대해 울산지역에서 ‘논란’이 일었다. 울산지역에선 대부분 신석기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사에선 청동기 시대로 가르치고 있으니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과연, 현재 한국사 교과서엔 반구대암각화 조성 연대가 신석기 시대로 바뀌었을까? 반구대암각화 조성 연대 개정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국정·검인 한국사 교과서 여전히 ‘청동기 시대’로 기술… 일부 교과서 ‘신석기~청동기까지 조성’ 작은 변화

한국사 교과서의 반구대암각화 조성연대 기술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건 없다. 여전히 국정, 검인 한국사 교과서엔 청동기 시대에 조성됐다고 기술돼 있다. 다만 일부 교과서에서 신석기부터 청동기 시대까지 조성됐다고 기술된게 작은 변화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그 세월동안 청동기 시대를 신석기 시대로 조성연대를 바꿀 수는 없었을까?

2011년 이후 수능에서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묻는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고 반구대암각화의 중요성을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우신고 이현호 교사는 “완곡히 표현해서 학생들에게 반구대암각화 조성 연대에 대해 신석기부터 청동기 시대까지 그려졌다고 가르치고 있다”며 “반구대암각화와 관련해선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반구대암각화는 물에서 꺼내는 것보다 신석기 시대 조성이란 교과서 개정이 더 시급한 문제”라며 “울산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과 함께 교과서 개정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수능 한국사 시험 1번 문제 그림.
2011년 수능 한국사 시험 1번 문제 그림.

 

◇한국사 교과서 개정 울산시 힘 모아야

마침 교육부가 올해 말까지 2022 개정 교육과정 개편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향성을 제시하며 이에 맞게 교과서를 개정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난달 국민소통채널을 통해 교과서 개정 시안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개정 시안도 하나다.

울산지역 역사학자나 학교 역사교사 등은 “이번에야 말로 반구대암각화 조성연대를 신석기 시대로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울산시와 울산시교육청이 반구대암각화의 조성연대 변경에 등한시 했다”며 “두 기관이 앞장서 울산시민들의 힘을 모아 범울산적으로 한국사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향토사 연구자인 반구대암각화연구소 서창원 소장은 “교육부 한국사 개정시안 공모에 반구대암각화 조성시기 개정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며 “뿐만 아니라 한국사 교과서 디자인에 반구대암각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신석기 시대 유적으로 울산 황성동 패총에서 출토된  작살이 박힌 고래 뼈.
신석기 시대 유적으로 울산 황성동 패총에서 출토된 작살이 박힌 고래 뼈.

 

◇학계 반구대암각회 신석기 시대 조성 정설 굳혀져

반구대암각화의 신석기시대 조성은 많은 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신석기 시대 연대가 정설로 굳혀지고 있다.

울산암각화박물관 김경진 관장은 “반구대암각화에 대해 탄소연대 측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림이 그려진 다른 유적과 유물을 통해 유추할 수 밖에 없다”며 “원로 사학자들이 암각화 속 그림 중 ‘사냥 배’ 모습을 두고 청동기 시대로 확신하고 있는데, 현재 사학계는 연구를 통해 이를 신석기 시대로 굳히고 있다”고 밝혔다.

김 관장에 따르면 동남해안 일대의 패총에 포함된 고래와 동물 뼈 분석 결과는 약 7천년~3천500년전으로 나타난다. 암각화에 새겨진 그림과 관련된 유물도 많은데, 대표적인 것으로 부산 동삼동 패총에서 출토된 사슴문 토기, 그물무늬가 찍힌 토기, 조개가면, 양양 오산리 얼굴상, 통영 욕지도 패총 멧돼지 토우, 울산 신암리 여인상, 울산 세죽리 패총 물개 토우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2005년 창녕 비봉리 패총에서 출토된 배와 2010년 울산 황성동 패총에서 출토된 작살이 박힌 고래 뼈는 반구대암각화에 표현된 고래사냥이 우리나라 동남해안에서 실제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이 유적들은 신석기 이른 시기에 해당한다.

김 관장은 “울산시가 반구대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사 등재 추진을 위해 서류를 갖춰 문화재청에 등록할 때 조성연대를 신석기 시대로 분명히 했다”며 “새롭게 연구된 학문적 성과는 반구대암각화의 신석기 시대 조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까지 반구대암각화 제작 시기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 다소 견해 차이가 있지만 우리 박물관은 최근 연구 성과를 근거로 신석기시대로 추정한다”며 “교과서 내용이 수정되려면 많은 절차가 필요한데 아직 새로운 연구결과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사편찬위 원로 사학자 학문적 연구성과 뛰어 넘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구대암각화 조성연대를 신석기 시대로 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보였다.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하는 사학자들이 ‘청동기 시대 조성’을 정설로 믿기 때문이다. 이들 사학자들은 원로 사학자로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수정하기 어렵다.

또 원로사학자들로부터 배운 신진 사학자들의 학맥은 ‘태산준령’처럼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교과서 개정을 하려면 ‘이들을 학문적으로 인정시키는 게’ 필요하다. 지역학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원로 사학자들이 신석기 시대 조성을 인정 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이구동성이다.

암각화 연구에서 권위자인 전 동북아역사문화재단 장석호 박사는 최근 국찬편찬위원인 원로 교수와의 일화를 전했다. 암각화 관련 세미나에서 만난 그 원로교수는 어깨를 툭치며 “자네 아직도 반구대암각화 조성연대가 신석기 시대라고 주장하지?”라고 했다며 “반구대암각화 조성 연대에 대한 한국사 개정이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 박사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반구대암각화의 신석기 시대 조성연대가 정설로 인정돼 교과서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러한 결과를 보다 앞당기기 위해 이번 교육부의 교육과정 개정부터 울산시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 박사는 재단에서 은퇴해 현재 고향인 울주군에 머물고 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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