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향기의 속삭임
꽃과 향기의 속삭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0.1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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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전국무용제가 9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 전남 목포에서 열렸다. 항구도시 목포를 14년 만에 찾은 전국무용제의 구호는 ‘생명과 낭만 도시 목포, 대한민국 춤을 잇다!’였다. 전국 16개 광역시·도 대표 무용단은 현대무용부터 고전무용, 힙합 춤, 스포츠댄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열띤 경연을 펼쳤다.

10월 5일은 울산 대표팀 ‘엘댄스컴퍼니’의 경연 날이었다. 울산무용협회 응원단이 출발한 시각은 이날 정오쯤. 동해의 끝자락이자 남해의 시작점인 염포(鹽浦)에서 남해의 마무리점이자 서해의 출발점인 목포(木浦)를 찾은 것이다. “목포행 완행열차 마지막 기차 떠나가고/ 늦은 밤 홀로 외로이 한잔 술에 몸을 기댄다…(‘목포행 완행열차’ 가사 중). 나는 이 노래를 마음속으로 흥얼거렸다.

도착 즉시 부주산 자락에 있는 ‘목포시민 문화체육센터’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울산팀의 경연이 시작되는 오후 7시가 되기 전에 일찌감치 저녁을 먹기로 했다.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지나 ‘목포 어린이 바다과학관’을 지척에 두고 유달산을 바라보며 삼학도를 병풍으로 삼은 포차에서 전라남도의 맛과 목포의 갯내음을 실컷 만끽했다.

울산 대표팀의 경연이 시작됐다. 우리 일행은 몸짓 하나라도 놓칠세라 숨죽여가며 무대에 시선을 고정했다. 안무자 이필승을 비롯한 3명의 남성 무용수와 구서희를 비롯한 9명의 여성 무용수 등 울산 춤꾼 13명은 온 힘을 기울이며 감성적 언어를 표현하기에 바빴다. 안무자는 ‘감정적 언어’의 안무 의도를 현대 심리학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특정 단어가 감정적으로 이어지는 가치 판단을 전제하고 만들어 낼 때, 그 단어를 감정적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공연 작품은 감정적 언어를 개미들의 일상적 행동을 바탕으로 ‘강약중강약’의 발재간으로 표현했다.

무용인은 최상의 공연을 위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구르고, 뛰고, 흔들면서 예술혼을 담는다. 관객은 땀에 젖은 연습복과 마룻바닥에 흘린 땀을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연 준비에 들인 연습량 자체가 땀의 무게가 아니던가. 응원단은 자정이 30분이나 지난 시각, 울산에 도착했다.

지난 7일, 울산 대표팀이 단체 부문, 솔로&듀엣 부문, 무대 예술상 등 3개 부문에 걸쳐 상을 받았다. 엘댄스컴퍼니는 ‘감정적 언어’라는 작품으로 단체부문 은상과 무대예술상을 거머쥐었다. 듀엣 부문에서는 현대무용가 허소희·김보은 씨가 ‘후레쉬맨’을 선보이며 우수상을 차지했다.

현대창작무용이 중심인 엘댄스컴퍼니 무용단은 2021년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제30회 전국무용제에도 울산 대표로 참가해 ‘무게… 느끼다’로 동상과 무대기술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13명의 탄탄한 실력에 비하면 은상 수상이 기대 이하라는 느낌이 든다. 내년에는 금상이나 대상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무용제 수상은 무용인만 힘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무용인은 평생 연습을 하기에 한가한 날이 없다(舞人一生無閑日)’고 했다. “우는 아기에게 젖 물린다”는 속담은 이제 옛말이다. 젖은 때를 정해 물려야 한다. 이제는 문화예술인도 지역경제 발전의 밑거름임을 인식할 때가 됐다. 옛말에 “가물치 판 돈이 어디 가나”라는 말이 있다. 울산 무용이 전국무용제에서 대상을 받는다면, 울산시민 모두가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무용인이 활짝 핀 꽃이라면 관심의 향기는 것은 지자체가 보탤 일이다. 꽃과 향기는 무용인과 지자체가 한데 어울릴 때 아름다운 법이다. 내년에는 꽃과 향기의 속삭임으로 꼭 금상을 받도록 하자.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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