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력 보존치료’로 암환자도 임신할 수 있어
‘가임력 보존치료’로 암환자도 임신할 수 있어
  • 정세영
  • 승인 2022.10.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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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안준우 교수
울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안준우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안준우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최근 유방암 진단을 받은 30대 미혼 여성 A씨는 큰 걱정에 빠졌다. 항암 치료를 받게 되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가임력 보존 치료’를 통해 난자를 동결 보존한다면 항암치료 후에도 임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희망을 가지게 됐다.

최근 40대 미만 젊은 암 환자가 증가하면서 암 치료 후 임신과 출산이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항암치료는 생식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성은 난소 기능이 떨어져 이른 폐경이 올 수도 있고, 남성은 정자의 유전적인 변이와 운동량 감소가 동반되기도 한다. 난임이 예상되는 암 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가임력 보존을 위한 다양한 치료 방법에 대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울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안준우 교수와 함께 가임력 보존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가임력 보존 치료란

가임력 보존 치료는 암 치료 등으로 자연적인 임신능력이 없어지기 전 배아 또는 난자·정자를 동결해 가임력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본격적인 치료에 앞서 난자 및 정자를 채취·냉동하고, 치료가 끝난 뒤 체외수정술을 통해 배아를 생성한 뒤 이식해 임신을 시도하게 된다.

기혼 여성은 과배란 유도 후 채취한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수정시킨 뒤 배아를 동결하는 방법, 미혼 여성이지만 초경 이후일 때는 과배란 유도 후 채취한 난자를 얼리는 방법, 과배란 유도 없이 난소 조직을 떼어 동결 보존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청소년은 일반적인 과정과 다를 수 있어 부모님과 상담 후 진행이 필요하다.

최근 의학의 발전으로 암 환자의 완치율과 평균 생존율이 증가하면서 암 치료 이후의 삶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특히 젊은 나이의 암 생존자 가운데 아이 갖기를 원하는 이가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돼 가임력 보존 문제는 암 치료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할 부분으로 점차 인식되고 있다.

◇항암치료 시 가임력이 저하되는 이유

항암치료는 기본적으로 암세포처럼 활성이 큰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는 치료다. 일반적으로 암세포 외에 위나 장내 표피세포와 모낭세포, 난소나 고환 내에 있는 생식세포들은 활성도가 높은 편이다. 활성도가 높다는 것은 항암치료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뜻으로 항암치료가 시작되면 이 세포들 역시 덩달아 죽게 되고, 생식세포도 죽어 난자와 정자 수도 감소한다. 이에 가임력이 저하되며, 구토와 설사,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모든 항암치료가 임신능력을 저하하는 것은 아니다. 난소나 자궁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가임력이 유지된다.

방사선요법의 경우 직간접적인 조사량과 부위에 따라 가임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또한 항암화학요법 약제들에 따라서 난소, 자궁, 정소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가임력 보존치료법

가장 높은 임신율을 기대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배아 동결 보존법’이다. 배우자가 있는 성인의 경우 배아 동결을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으며, 동결 배아의 생존율은 약 90%로 안정성과 실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정자 동결 보존법’은 정액을 채취할 수 있는 청소년기 이후의 남성 암 환자들에게 대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이다. 성인의 정자 동결은 대부분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될 수 있지만 암 환자의 경우 정액 소견이 좋지 못할 때 세포질내정자주입술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난자 동결 보존법’은 해동·이식 시술 시 착상률, 임신율이 최대 60%로 일반적인 시험관시술과 유사한 성적을 보일 뿐만 아니라 생존아 출생 중 태아 기형의 증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나이나 획득한 난자의 수에 따라 향후 임신 및 출산율에 차이가 있는데, 난자 채취 시 여성 연령이 35세 이전이면서, 10~15개의 성숙 난자가 보관될 때 임신 및 출산 확률은 40~70%로 추정된다.

‘난소 조직 동결 보존법’은 사춘기 이전의 미성년 암 환자와 난자 채취 시술에 필요한 기간 항암치료 연기가 불가능한 암 환자의 유일한 가임력 보존 치료 방법이다. 성인에서 과배란 유도를 시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응급 상황일 경우에도 해당 치료법을 시도할 수 있다.

울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안준우 교수는 “항암치료 방법과 종류에 따라 가임력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다”며 “암 치료 후 임신을 원하는 환자는 항암치료에 앞서 가임력 보존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담받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정리=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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