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단골집 배려는 ‘다음에 또’가 아니다
-236- 단골집 배려는 ‘다음에 또’가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0.1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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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잘 가는 음식점이 있다. 애주가라면 특히 그렇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 가는 집과 비 오는 날 들르는 집이 다르다. 그곳을 단골집이라 부른다. 그리고 뜨내기와는 다르게 단골손님은 뜻밖의 서비스를 받게 될 때가 있다. 그런 경우 세세하고 다정다감한 주인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한다. 그런 연유로 가까운 지인들을 그 집에 많이 몰아주기도 한다. 이런 선순환이 잘 이뤄지면서 단골집은 입소문이 나고 금방 손님들로 붐비게 된다. 물론 소문이 저절로 퍼지지는 않는다. 특별히 음식 맛이 정갈하고 좋다든지, 주인이 친절하다든지, 조미료를 사용 안 한다든지, 이런저런 좋은 느낌들이 쌓여야 가능하다.

손님으로 북적거리는 가게나 음식점은 다 이유가 있다. 단지 반찬 몇 가지만 샀는데도 계란말이를 덤으로 넣어 주시는 반찬가게 사장님. 우니와 고노와다를 몰래 갖다 주시는 오마카세 사장님. 칼국수를 시켰는데 혹시 배고플까 봐 공깃밥까지 챙겨 주시는 음식점 사장님. 소주 한잔 드렸더니 소주 한 병을 서비스하는 고깃집 사장님. 항상 홍어전을 추가로 내다 주시는 노래 잘 하는 가든집 사장님. 생각지도 않았는데 받게 된 이런 배려에 누군들 마음이 환해지지 않을까? 덤으로 얻게 된 것의 가격을 떠나, 주신 분의 따뜻한 마음은 최고의 친절과 배려로 내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된다.

단골집에 같이 간 지인들은 주인에게 꼭 한마디 물어본다. “다음에 내가 따로 오더라도 이렇게 잘해 주냐?”고. 그러면 곁에 있는 필자가 얼른 대답을 가로챈다. “그게 하루아침에 맨입으로 돼? 투자를 해야지, 투자를.” 그런데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그런 서비스가 몇 번 반복되면 고마움이 더 커져야 할 텐데, 오히려 감동은 줄어들고 기대감만 더 커지게 되는 걸까? 매번 반찬을 덤으로 주시던 사장님이 어느 날 그냥 주문한 반찬만 내어 주거나, 서비스로 공깃밥을 챙겨 주던 식당 주인이 달랑 칼국수만 내 오면 기분이 묘해지는 건 왜일까?

지금껏 받아 온 것이 배려였음에도, 그것을 받지 못하면 마치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조금씩 서운한 감이 드는 내 모습에 스스로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는 사람은 좋은 마음으로 선물처럼 준 건데, 받는 사람은 그것이 마치 당연히 받아야 할 서비스처럼 여겨지는 불편한 진실. 아마도 이 황당함 때문에 이런 말이 생긴 건 아닐까? “애초에 잘해 줄 필요가 없어. 잘해 주면 그게 당연한 게 되고, 나중에 못 해 주면 도리어 화를 낸다니까!” 좋은 마음으로 베풀고 싶어도, 결국 그 결과가 해피엔딩이 아닐까 봐 그 배려를 시작부터 원천적으로 단절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동심동행(同心同行)이다. 좋은 뜻을 공유하며 함께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 그러려면 나부터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나와 다른 의견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관용이 더욱 필요하다. 뜻밖의 배려를 선물처럼 받았을 때는, 처음엔 받은 것의 혜택보다 준 사람의 그 마음이 더 커 보였기에 기뻤다. 그런데 배려가 계속되면 그 마음보다는 받는 것의 혜택에 눈길을 빼앗기게 된다.

단골집에 가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래도 이제부턴 단단히 챙겨야겠다. 베풂은 연속극이나 미니시리즈가 아니라, 그 한 번으로 완벽한 단막극이라는 것을. 그 배려는 ‘다음에 또’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뜻밖의 친절과 배려가 이번 한 번으로도 전해오는 행복이 차고 넘침을. 이렇듯 행복은 늘 주위에 널려있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RUPI사업단장, 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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