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자유발언의 정치학
5분자유발언의 정치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0.0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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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대 울산시의회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시의원 대부분이 의정경험이 없는 초선 일색이었던 제7대 시의회에 비해, 제8대 시의회는 지방의회 경험이 많은 의원들의 노련성과 초선의원들의 열정이 조화를 이뤄 매끄럽게 출발했다는 평이다.

의정 운영과 현장 소통 등에서 달라진 의회의 모습을 곳곳에 볼 수 있지만, 의정활동의 백미(白眉) 중 하나인 ‘5분자유발언’만 놓고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5분자유발언’이란 지방의원들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과 청원, 지역현안이나 민원에 대해 의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의장이 5분 이내에 발언을 허가하는 제도다.

집행부가 본회의장에서 반드시 답변해야 하는 ‘시정질문’과는 달리 의원들이 지역현안과 민원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어 지방의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5분자유발언’은 의원 개인의 신상발언과 달리 집행부의 주요현안과 정책 제안 등을 주제로 해야 한다. 그래서 5분 발언을 잘 하기 위해선 지역 현안과 민원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5분 자유발언은 의정활동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제7대 시의회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도대체 신상발언이라고 하기에도 낯 부끄러운 모습들이 많이 연출됐다.

‘열심히 일한 송철호 시장을 칭찬합니다. 짝! 짝! 짝!’,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눈물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빨리 열리기를 바라며’ 등을 주제로 한 5분 발언이 대표적이다.

같은 당 소속 단체장에 대한 뜬금없는 아부(?)는 물론 지방의회 주제론 거리가 먼 중앙정치에 대한 의견 피력은 당초 ‘5분자유발언’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상임위원장을 맡으며’, ‘우리에게 100일의 임기가 남았습니다’ 등 신상발언이라 하기에도 낯 간지러운 자화자찬을 늘여놓기 일쑤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6~7명의 의원들이 5분 발언을 자처해, 본회의장에 나온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을 넘기며 일할 시간을 빼앗기도 했다.

하지만 제8대 의회 들어 5분 발언은 확연히 달라졌다. 본회의마다 2~3명의 의원들만 5분 발언을 하도록 하는 한편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허투루 하는 게 아니라 지역 현안이 알곡처럼 가득 차 있다.

울산 남부권 응급의료센터 설립과 고늘지구 공공시설 진입도로 개설을 촉구하는가 하면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활요트램 노선 신설 제고를 요구하는 등 지역현안에 대한 해결과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본회의 운영에 대한 의장과 의회운영위원장의 노련한 조율 덕분에 가능해졌다는 게 지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5분 자유발언은 의정활동의 ‘알파요 오메가’이며, 지방정치의 모든 것이 그 속에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회기에는 또 어떤 민원과 현안이 5분 발언대에 오를까 벌써 기대된다.

다만 3차례의 정례·임시회 동안 시정질문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집행부 수장을 본회의장에 불러 내 울산시정에 대해 꼬치꼬치 따져 묻고, 일문일답식으로 공방전을 벌이며 함께 울산을 고민하는 모습은 아직 없었다.

매끄러운 의정 진행과 더불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더 활기를 띄는 시의회가 되야 한다. 그래야 ‘집행부 거수기’라는 오명을 자초한 전 시의회와 분명 차별화될 것이다.

정재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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