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주간, 교무실은 콜센터입니다
상담주간, 교무실은 콜센터입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9.2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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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도 아이가 반에서 어떤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는지는 아이의 말로만 알 수 있다. 그래도 아직은 초등학생이라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말해주는 편이다.

필자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반 담임이다. 이 무렵 아이들은 사춘기가 한창이어서 그런지 대체로 부모와의 대화가 많이 줄어든다. 부모님들에 따르면 이 무렵 아이들은 집에 들어가면 어딘가 불만스러운 표정들이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물어보면 별일 없었다고 하거나 아예 방에 들어가 방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한 번씩 궁금해질 때가 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는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혹시 따돌림당하는 건 아닌지. 온갖 물음이 생긴다. 그렇다고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하기란 쉽지가 않다.

교사로서는 학부모가 아이에 대한 궁금증을 선생님에게 전화로 물어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도 전화로 물어보거나 집에서 일어난 문제를 알려주는 일은 거의 없다. 선생님이 바빠 보여서, 별것 아닌 것 같아서 그런 건 아닌지 짐작만 할 따름이다. 그래서 ‘학부모 상담주간’이나 ‘학교 공개의 날’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할 좋은 기회다.

얼마 전 가정통신문을 집으로 보냈으나 상담을 신청하는 부모님 수가 너무 적었다. 가정통신문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나 싶어서 부모님 휴대전화로 가정통신문 발송 사실을 문자로 일일이 알렸다. 그러자 상담 신청이 부쩍 늘었다. 부담 없이 오시라고 했으나 학교에 찾아오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대부분 전화 상담을 신청했다. 전화 상담도 괜찮은 방법이다. 공개의 날 학부모님들이 한꺼번에 모이면 아이에 대한 사적 얘기를 하기가 불편하고, 마지막에 상담하는 분은 많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상담주간이 다가오면 조금씩 바빠진다. 상담 신청을 다 취합한 뒤 일정을 정리하는 것은 비슷한 시간에 겹치는 일이 많은 탓이다. 그런 다음 아이들에 관한 자료들을 모아서 정리한다. 심리검사 설문지, 진로 진학 적성검사 결과지, 성적표, 평소의 면담 기록들, 교우관계도 등이 그것이다. 아무래도 이 시기에는 아이들의 발언이나 표정을 좀 더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상담주간에는 학교 교무실이 콜센터나 다름없다. 담임선생님들은 틈날 때마다 전화기에 매달린다. 상담주간에는 일상생활 얘기가 주를 이룬다. 부모님들은 대체로 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누구와 잘 어울리는지, 수업은 잘 듣고 있는지를 궁금해한다. 담임선생님들은 학교에서 관찰하거나 알고 있는 내용을 얘기해주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이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게 된다. 집안 생활 얘기를 듣다 보면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부모님은 고민을 털어놓으며 아이의 학교생활 모습을 알게 되고, 교사는 보이지 않던 아이의 뒷면을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이런 시간을 자주 가졌으면 좋겠지만 사실 학급에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업무는 예전보다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이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 한 반이 30명씩이다 보니 반 아이들 상담에는 보통 한 달 반~두 달 정도가 걸린다. 아이들이 학교에 남는 것을 싫어해서 상담을 주로 점심시간에 하기 때문이다.

상담주간이 끝나면 다시 아이들과의 상담 시간을 가져야 한다. ‘성적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휴대폰을 너무 늦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와 같은 부모님들의 요청을 아이들에게 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점심시간은 아이들과 같이 보내야 할 것 같다.

정창규 매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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