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의 고장 북해도 ③
‘러브레터’의 고장 북해도 ③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9.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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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일째 되는 날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찾았다. 일본에서 유명한 맥주 박물관이며, 홋카이도 유산의 하나로도 지정되어 있다. 원래 1890년 삿포로 제당회사 공장으로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을 이용한 것이다. 건물 안에는 삿포로 맥주 정원도 있다. 맥주 만드는 과정, 원료 등 삿포로 맥주에 대한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광고 모델들을 훑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료이지만 여러 가지 맥주를 맛보는 테이스팅 세트가 인기다. 그러나 그날은 예약이 되지 않아 시음을 못 했는데 가이드가 검은색 삿포로 생맥주 미니어처를 하나씩 사주었다. 가끔 추억을 떠올리는 기념품으로 간직하고 있다가 술 고픈 어느 날 마셔버렸다. 이 미니 세트로 쓰루가이드인 그녀가 한동안 기억되었다.

누군가에게 오랫동안 기억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물건이 아니라도 좋아하는 음식, 습관, 모습 등 무엇을 보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바쁘게 살다 보면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된다. 어느 순간 생각나는 무언가를 만들면 존재감이 더 살아나지 않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생각나는 사람일까? 무엇을 보며 나를 떠올릴까? 별 특징이 없는, 어쩌다 보는 지인들에게 잊지 않게 가끔 어른거려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삿포로에 있는 구 도청사를 찾아갔는데 빨간 벽돌로 미국풍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난 미국, 일본이 아닌 유럽에 온 기분이 들었다. 안은 역사 기념관같이 꾸며져 있었다. 밖은 공원이 잘 조성되어 휴식을 취하기에 알맞은 곳 같았다. 일본에서 본 건물 중에 가장 멋진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시계탑 근처에서는 나이 든 자원봉사자들이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굉장히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다. 대부분 일행이 단체 사진을 찍을 때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타국일 때 자원봉사자가 먼저 다가와 찍어 주는 친절한 서비스가 꽤 좋아 보였다. 언어소통이 안 되어 부탁하기가 망설여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도리 공원은 계절마다 다채로운 꽃이 가득한 시민의 안식처다. 넓은 공원에 다양한 수목과 꽃이 있다. 이곳 출신 조각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홋카이도의 명물인 군옥수수를 판매하는 노점상이 보이고, 근처에 편의점이 많아 공원 벤치나 잔디에 앉아 도시락 먹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텔레비전 타워가 있는데 전망대 입장료가 너무 비싼 데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올라가지 않았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별것 없다고 해서 쇼핑만 했다. 한 일행이 보랏빛 라벤더 목 베개를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샀다. 지금도 그 선생님 차에 이 베개가 있어 가끔 추억에 젖기도 한다.

‘시로이 코이비토’(白い?人=하얀 연인)는 오랜 시간 동안 북해도 특산품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초콜릿 이름으로,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맛의 초콜릿이 있다. 부드러운 샌드와 초콜릿이 어우러져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중국 사람들이 많이 사 가는 걸 봤다. 시로이 코이비토를 만드는 공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체험도 해 볼 수 있는 테마파크가 있다.

테마파크 시계탑에서는 정해진 시각이 되면 문이 열리면서 그 과정을 보여주었다. 일본은 이런 식으로 과자 공장이나 맥주 공장처럼 직접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 테마파크가 많아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에 참 좋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하게 꾸며져 있다. 아기자기한 모양의 정원과 꽃, 미니 집, 꼬마 기차, 말, 체험 거리도 많고 쇼핑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예뻐서 오래 기억된다.

김윤경 여행큐레이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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