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다움, 학생다움
교사다움, 학생다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9.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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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즐겨 보았던 예능 프로그램은 JTBC에서 방송되었던 ‘싱 어게인’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여러 번 방영되었으나 싱 어게인은 기존 경연 방송과 색다르고 끌리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지 못한 신입, 경력자 참가자들에게도 눈길이 갔지만 심사위원들을 주니어와 시니어로 구성한 기획력도 신선했다.

몇 차례 방송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심사위원들이 기쁜 점과 감동 받은 점을 자유롭게 표현한 일이다. 이선희, 김종진, 유희열과 같은 베테랑 시니어 심사위원도 참가자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진행위원 또한 경쟁이라는 압박을 주지 않았고, 같이 음악에 몸을 담고 있는 뮤지션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비극은 저희가 안고 있을 테니까 건강하게 또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슬픔이 아니라 여전히 여기 계셔주셔서 대놓고 그리워할 수 있어서 오히려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감동이 다가와서 감정을 드러내서…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갑자기 올라가는 부분도 거의 완벽하게 묘사하시고 과몰입이라고 하셨는데 이 정도면 배우고 싶은 몰입입니다.”

멋있었고, 감동받았고, 배우고 싶다고 감정을 전달하는 모습이 새로웠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은 대부분 긴장된 분위기를 풍기며 평가하는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싱 어게인은 음악 무대 속에서 남녀노소, 데뷔 경력을 불문하고 함께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감동이 배가되었다.

엄격하게 대하지 않았지만 심사위원과 MC의 품위와 연륜, 재미, 따뜻함은 놓치지 않았다. 오히려 진심을 다해 단어를 꾹꾹 누르는 마음에서 참가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심사위원다워야 하는 것은 혹독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뮤지션이 긴장을 풀고 제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학기에 동양 윤리와 관련한 수업을 하면서 유교를 배우게 되었다. 유교 철학 중 공자 철학 핵심의 하나인 ‘정명(正名)’은 사물의 실제와 이름을 일치시킨다는 뜻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강조한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렇게 정명이 올바르게 실천될 때 유교의 근본적 가치인 ‘인(仁)’이라는 인간다움으로 향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역할에 맞는 행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 고객의 정보를 빼내기도 하고 횡령하기도 한다. 자식을 학대하여 죽음의 끝자락으로 몰아넣어 지면을 뜨겁게 달구기도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윤리 의식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 여러 부분에서 두 요소 간 불일치가 발생한다.

학교 현장에서도 교사다움이 필요하다. ‘교사다움’은 본업인 가르침에 충실해야 하며, 올바르게 학생을 지도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함이지 엄격하게 지도해야 함과 동의어가 아님을 배웠다. 냉혹한 평가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심사위원의 권위와 능력을 보여줄 수 있듯 학생을 엄하게 지도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교사다움의 전부는 아님을 배웠다.

∼답게 행동해야 하는 역할의 본질과 역할 행동 방식을 주객이 전도되듯 하면, 수단이 내용을 변질시켜버린다. 교사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뚝뚝한 모습으로 엄격한 지도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부모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식에게 칭찬을 아끼지는 않는지, 관리자나 담당자의 직위와 시선에 벗어나지 못해 자신만의 세계관에 근거하여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한계를 먼저 그어버리지는 않는지, 조금 더 유연한 시선으로 구성원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반기를 매듭지으며 돌아볼 여유를 가지길 원한다.

조윤이 현대청운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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