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컵 보증금제도의 성공적인 시행을 기대하며
1회용컵 보증금제도의 성공적인 시행을 기대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9.2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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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환경부는 1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유예하여 12월 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1회용컵 보증금제도(이하 ‘컵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1회용컵 1개당 300원의 보증금을 내고, 빈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환경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유예 사유를 밝혔다. 컵보증제도는 2017년부터 국민인식조사나 관련기관 정책협의회 등 많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2020년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함으로써 그 도입 및 시행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국회는 2022년 6월 10일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도록 2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 제도 시행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난 5월 컵보증금제가 다시 유예됐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사실 컵보증금제는 2002년 시행되어 2008년 3월 폐지된 제도다. 당시 보증금은 50~100원으로 낮은 수준이었고 자발적 협약에 의존했기에 몇몇 브랜드 매장만 동참했다. 그 결과 보증금보다 특정 매장을 찾아 반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다 보니 회수율은 30% 수준에 그쳤다. 또 미반환 보증금이 제도개선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업체 수익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보니 소비자의 공감을 얻기도 어려웠다. 그것이 1차 컵보증금제의 실패 원인이었다.

그래서 새롭게 도입된 컵보증금제는 100개 이상을 가진 가맹본부의 약 3만 8천여 개 매장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매장간 1회용컵을 교차반납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미반환 보증금이 공정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를 설립하여 빈용기 보증금제도와 함께 관리하도록 했다.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목소리는 달랐다. 교차반납으로 인해 일부 가맹점에 1회용컵이 몰리게 되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으며, 라벨 부착 비용, 신용카드 수수료, 처리지원금 등 보증금 반환에 필요한 직간접 비용 부담이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부분의 매장을 1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위한 추가인력까지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대했다.

순환경제를 통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컵보증금제는 꼭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가맹점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소비자 편의와 회수율 제고를 위해 교차반납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자신의 매장에서 판매하지도 않은 컵을 회수하고 보관하는 데 너무나 많은 인력과 공간이 소요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1회용컵의 원활한 회수를 위해 라벨에 인쇄된 바코드 인식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해 주는 무인회수기의 확대 도입이 절실하다고 이야기한다. 2022년 9월 현재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운영하는 무인회수기는 전국 76개소이고, 울산은 범서읍에 1개소뿐이다. 단계적인 확대 보급이 절실해 보인다.

물론 중소상공인의 지원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컵보증금제 시행의 근본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1회용컵을 사용하지 않고 개인컵이나 재사용컵(울산의 ‘도돌이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높은 커피 선호도 덕에 커피전문점은 2012년 4만2천458개소에서 2018년 8만3천445개소로 약 2배 증가했다. 이제 전국 프렌차이즈 매장에서 연간 사용하는 1회용컵은 총 28억 개에 달하고, 이는 국민 1인당 연간 56개의 1회용컵을 사용하는 꼴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아무 생각 없이 1회용컵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2017년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9.9%가 컵보증금제도를 찬성했으며, 2022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1%가 많은 불편이 예상되지만 감수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시민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 컵보증제를 언제까지 유예할 수는 없다. 부디 컵보증금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개인컵이나 재사용(다회용)컵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길 기대한다.

김희종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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