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충분한 대비가 최상의 선택
태풍, 충분한 대비가 최상의 선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9.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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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세찬 바람과 빗소리로 밤잠을 설친 분들이 많을 것이다. 6일 아침 6시를 지나면서 더 강해진 태풍은 힌남노가 울산에 근접했다는 신호였다. 라오스 국립공원 이름이라는 힌남노가 그 평온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와는 달리 제주지역을 지날 무렵에는 중심기압 945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45m, 강도 ‘매우 강’의 위력을 떨쳤다.

괴물 같은 슈퍼태풍에 대비해 정부와 지자체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4일 대응단계를 1단계에서 곧바로 3단계로 격상했다. 울산시도 지난 2일 시장 주재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태풍 ‘차바’ 때 침수 피해가 컸던 중구 태화시장을 비롯해 강풍 피해가 우려되는 농·축·수산시설, 옥외간판, 공사장 대형크레인 등을 미리 점검하게 했다. 또 수확기를 맞은 과수농가와 하우스·어선·양식장도 샅샅이 확인하도록 했다. 교육청에서도 6일, 유·초·중·고와 특수학교 등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모두 적극적이고 적절하게 대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태풍이 호락호락 피해를 덜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며칠 지나면 한가위 명절인데 인정사정없이 들이닥치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6일 오전 기준 전국에서는 3천400여 명이 대피했다. 부산에서는 침수·산사태 우려 지역에 대피명령이, 월파(越波) 위험이 있는 해운대 같은 곳에는 대피권고가 내려졌다. 울산에서는 동구 성끝·일산진마을 주민과 북구 신명·화암마을 주민들이 서둘러 대피했다.

과거, 한 군부대에서 태풍과 폭우가 닥친 상황 속에서 주둔지 주변 배수로를 점검하던 장병들이 산사태로 사고를 당한 일이 있었다. 태풍이 진행 중일 때는 주택이나 공장, 농경지를 둘러본다고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순찰과 대비 활동은 태풍이 오기 전에 미리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울주 언양읍 남천교 아래 하천에서 20대 남성이 실종되었다가 끝내 숨졌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뒤에도 태풍 피해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태풍의 직격탄을 맞은 제주는, 7천900여 가구가 정전사태를 겪었고, 주택 침수, 지붕 소실, 가로수 넘어짐도 있었다. 또, 부산, 포항 등 주요 도심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울산에도 침수 피해, 도로통제, 정전사고, 쓰레기 등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태풍과의 2차전이 시작된다. 지자체와 관계기관에서는 안전이 충분히 확보된 가운데 신속한 피해 복구에 나서야 한다. 태풍과 폭우로 인해, 지반이 약화하고 시설물 들도 불안정한 상태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이른 시간 안에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치해주길 당부드린다.

태풍 대비와 응급복구 등에 애써주신 공무원, 관계기관 담당자, 시민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사상자가 발생했던 과거와 달리, 미리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한 결과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2016년 ‘차바’ 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울산시는 배수펌프장 가동상태를 미리 점검했고, 중구는 양수기와 대형 펌프 준비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태풍은 물러갔다. 그래도 당분간은 재난방송과 뉴스에 귀를 기울이면서 도로, 교통, 생활권이 복구되는 것을 확인한 다음 여유 있게 나서는 것이 안전하다. 공공구역의 환경정화에 발맞추어 주민들도 내 집 앞 낙엽과 쓰레기를 스스로 치우는 미덕을 보이면 좋겠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처럼, 지나칠 만큼 충분히 준비하고 대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안전불감증을 경계해야 자연재해가 인재(人災)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 예비역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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