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가을 태풍 전에 미리 대비하자!
-229- 가을 태풍 전에 미리 대비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3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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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물과 관련된 인생을 살아왔다고 감히 자부한다. 물론 ‘물 같은 사람’이라는 혹평도 덤으로 받으며 살고 있으나,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물에 관련된 공부와 일을 함께하고 있다. 물에 관련된 일도 그 분야가 다양한데, 필자는 수공(水工)을 전문 분야로 다루고 있다. 수공은 쉬운 표현으로 홍수를 다루는 일을 말한다. 예부터 국가 지도자는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최우선으로 한다. 중국 역사를 시작하는 우나라 우왕도 치수 사업에 가장 역점을 두었다. 후진타오 전 중국 주석은 칭화대 수리공정과를 졸업한 수공기술자 출신이다. 대학 시절부터 남다른 자긍심으로 전문가의 길을 걷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울산에 살면서 오로지 학문적 욕구로 태화강 유량을 주기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가 잘 활용되어 지금의 태화강 국가정원을 지킬 수 있었다. 남구의 홍수 피해를 눈여겨봤다. 필자 눈에는 여천천이 침수에 매우 취약해 보였다. 마침 정부에서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침수 재해 경감을 위한 경진대회를 열었다. 여천천 상류인 옥동에는 농업 기능을 상실해 무용지물인 저수지가 있었다. 이 저수지를 홍수 저류지로 확장, 개발하는 사업안을 남구청을 통해 정부에 제안했다. 운 좋게도 경진대회 대상을 받아 많은 국비 지원을 받고 옥동저류지 사업이 성사되었다. 이후에도 침수 피해 경감에 관심을 기울이고, 2011년부터는 원자력발전소를 해일 침수 피해에서 방호하는 방수문과 방수벽을 개발하고 있다.

울산은 도로를 따라 가로수가 적당히 잘 성장하여 매우 아름답다. 가로수의 큰 나뭇잎이 작열하는 여름 햇볕을 막아주니 산책에 그만이고, 흔히 말하는 도시 열섬화 방지에도 일조한다. 그러나 이번 서울 집중호우 때도 밝혀졌지만 큰 나뭇잎은 빗물에 떨어져 내려가다 빗물 유입구를 막아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수도가 잘 정비되어 있어도, 빗물이 빠져나가는 유입구가 막히면 무용지물이다. 비슷한 경험을 우리 울산에서도 자주 본다. 고장 난 펌프장이나 침수된 지하차도의 원인은 입구가 막히거나 흡입 장치가 큰 나뭇잎이나 포장재에 감겨 작동을 멈추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EBS 방송에서 파키스탄 여행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오지 계곡에 자리한 마을이었는데 겨울에 앙상한 가지를 쳐내고 있었다. 미리 가지를 솎아내지 않으면, 여름철 센 바람에 가지가 쓰러져 민가를 덮치는 사고가 난다는 마음 사람들 설명이었다. 같은 생각이다. 도로 곳곳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이루는 울산 가로수는 이제 곧 가을을 맞이한다. 우리나라는 가을에도 태풍에 안전하지 않다. 가을이면 낙엽이 많이 떨어질텐데 도로변 가로수 정비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 임업 전문가라면 튼튼한 가지와 태풍에 떨어져 나갈 가지를 잘 구분할 수 있다.

큰 태풍이 오기 전에 가로수의 가지치기 정비를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힘이 약한 활엽수잎을 선별하여 털어내기를 꼭 해야 한다. 그리고 도로 주변에서는 비닐 포장재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최근 보행자 구역에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볼라드라는 시설물을 많이 설치하는 모습을 본다. 하지만 설치 후에는 비닐 포장을 덮어둔다. 이것을 확실하게 벗겨서 처리하지 않으면 바람에 날아가 하수구를 막게 된다. 마찬가지로 도로변에 자리 잡은 은행이나 공공기관에서 비 오는 날 제공하는 우산 포장 비닐도 없애야 한다.

아직도 차바 태풍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울산에 엄청난 피해를 준 태풍은 가을에 찾아온다. 가을이 오기 전에 큰돈 들이지 않아도 침수 피해를 막을 방법을 실행하자. 올해 태풍은 안전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황재호 이에스다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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