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은 언제쯤 갈 수 있을까?
수학여행은 언제쯤 갈 수 있을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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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학교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지만 학교는 이제 예전의 모습을 상당 부분 되찾은 것 같다. 마스크 쓰는 것을 빼면 많은 부분에서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몇 가지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수학여행이다.

20년도 더 지났는데도 설악산 수학여행의 한 장면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만큼 강렬한 경험으로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수학여행은 학창시절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것 같다. 이따금 수학여행이라는 말만 나오면 아이들은 ‘언제 가요?’, ‘어디로 가요?’, ‘자고 와요?’와 같은 질문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중학교에서는 2학년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고 1학년, 3학년 아이들은 수련회를 간다. 지금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은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를 가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코로나가 유행해서 초등학교 수학여행, 중학교 1학년 수련회를 못 갔기 때문이다. 가지 못한 수학여행에 대한 환상은 클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수학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대체로 수업 안 듣고,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자는 신나는 여행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실제로 수학여행 코스에 놀이공원이 거의 빠지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수학여행은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한 학교 밖 단체 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과 협동심을 키우고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민주시민을 기르기 위한 체험학습의 한 종류다. 중학교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교육활동을 최소 3천366시간은 수행해야 한다. 그중에서 306시간은 창의적 체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창의적 체험 활동은 교과와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 교과 외 교육활동 시간으로 자율활동과 봉사·동아리·진로 활동으로 구성된다. 수학여행은 자율활동에 속한다. 즉 수학여행은 기본적으로 교육과정 내의 교육적 경험이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수학여행의 교육적 목적을 살리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수학여행 추진 과정에서 학생들이 주체적인 역할을 맡았다. 수학여행과 교과를 연계하여 배움과 성장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모둠을 만들어 수학여행지를 미리 조사하고 목적에 맞는 세부 여행 일정을 짰다. 이동 경로와 장소, 목적과 관련해 다양하게 협업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잘 생각하는 것,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다들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사고와 교과 지식, 정보는 서로 단절되어있다. 이 경우에 아이들은 자신이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대체로 아이들에게 교과는 그저 시험을 치기 위한 내용,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생각은 경험에서 시작된다. 생각을 일으키는 구체적 경험 없이 아이들이 자신의 삶과 관련 없는 교과 내용을 배우게 되는 것은 교과와 지식, 생각, 삶을 단절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아이들은 학교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 밖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그 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한 배움과 성장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져 새로운 성장을 위한 바탕이 된다. 수학여행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학여행은 감염에 대한 우려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교육 분야에서도 단계적 일상 회복이 추진됨에 따라 수학여행은 조심스레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감염병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비(非)숙박형 수학여행 계획을 수립하게 되었다.

수학여행을 추진하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겼다. 버스를 확보하는 일부터 난제였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는 학급당 약 30명, 학년당 12학급인 과밀학급, 과대학교다. 전 학년이 동시에 움직이려면 전세버스 36대가 필요한데도 버스를 그만큼 구할 수가 없었다. 간신히 구한 버스는 운행 시간대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고, 그러다 보니 수학여행 코스는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에게 학교와 삶을 이어줄 수 있는 좋은 교육적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최근 코로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렇게 준비한 수학여행도 못가는 게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해진다.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배움을 실천할 수 있는 수학여행은 언제쯤 갈 수 있을까?

정창규 매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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