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오 팀장님! 너무 그립습니다
-226-오 팀장님! 너무 그립습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1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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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오 팀장님이 세상을 떠났다. 필자 입장에서는 ‘내 곁을 떠났다’란 표현이 적절하다. 그는 창업할 때부터 인연이 되어 16년이 넘도록 묵묵히 자신의 자리와 내 곁을 지켰다. 우리 회사는 365일, 하루 24시간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 없는 특수한 공정을 거쳐야 하기에 오랫동안 진득하게 일하기가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참으로 무던하게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내겐 직원이라기보다는 그 이상의, 이를테면 든든한 조력자이거나 믿고 기댈 수 있는 연세 많은 집안의 오라버니 같은 존재였다.

1년 전, 그는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를 받았다. 그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밤샘 일을 하고도 멀쩡하게 다시 출근해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리던 그가 한순간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가 받은 충격에 못지않게 나 또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오 팀장님이 회사를 떠나면 “이 엄청난 회사 일을 누구와 상의하면서 해낼까?” 덜컥 겁부터 났다. 그런 나의 염려를 꿰뚫어 본 듯, 그는 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퇴사를 하지 않았다. 고맙고도 두려운 일이었다.

3개월 전, 그는 부쩍 야윈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사장님, 이제는 사장님 일을 더 도와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미 예상은 했지만,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아득했다. 그때는 회사 일은 뒷전에 두고라도 오 팀장님이 행여나 큰일을 당한다면 그 상실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요령부득이었다. 그는 요양병원으로 떠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슬하게 귀천했다. 그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회사 일이야 그의 뒤를 이은 다른 직원이 넉넉하게 메워갔지만, 오랜 시간을 그림자처럼 내 곁을 지켰던 그가 문득 사라져 버린 현실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진심은 통한다. 그가 살아생전 내게 보여줬던 진정성은 내가 지급했던 금전적 보상으로 도저히 감당되지 않는다. 나의 회사가 아직은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으나, 그나마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데 그의 공로는 적지 않다. 그가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의 노사관계는 어지럽고 이기적이다. 한 직장에서 운명을 함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를 노사관계로 갈라놓는 것부터가 잘못일 수 있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조가 다르므로 사용자와 노동자의 구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항변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그런 이분법으로 관계를 설정해 놓고 나면 노사 갈등은 불가피하다.

수만 명의 인원이 근무하는 대기업과 불과 서너 사람이 근무하는 영세기업이 똑같이 그것을 기반으로 생업을 이어간다.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세상 어느 나라에도 이런 갈등은 존재한다. 얼마나 심각하고 가벼운가는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이토록 어렵고 험악해서야 힘이 빠지는 일이 아닌가.

나와 오 팀장님의 관계를 생각하면 노사 간의 극단적 이해 상충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관계는 노사가 아니라 동행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동행이라는 관념적인 표현 그 이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가다 보면 무수하게 많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서로 흉허물없이 공유한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오 팀장님은 회사를 떠났으나 그가 남긴 많은 교훈이 있다.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그는 회사를 위해 자신의 몸이 야위어 가는 것을 돌보지 않았다.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 하지만 그의 회사에 대한 헌신과 일에 대한 사랑은 내 가슴에 굳은 화석으로 남아있다.

초금향 떡만드는앙드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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