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
비 온 뒤 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1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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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저 너머 어딘가에, 옛날 자장가에서 들었던 나라가 있네. 무지개 저 너머 하늘이 푸른 곳에, 꾸었던 꿈들이 정말로 이뤄지는 곳이죠.”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유명한 노래 ‘무지개 저 너머(Over the rainbow)’의 한 구절이다.

어린 시절 무지개는 동경 대상이자 꿈의 종착지였다. 비 온 뒤 하늘에 피어나는 무지개를 볼 때면 그 시작점이 어디인지, 무지개를 타고 넘어가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곤 했다. 어느덧 나이가 들고 ‘정치’라는 무대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지금 하늘의 무지개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 어릴 적 그 시절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비 온 뒤 피어나는 무지개가 아름다운 건, 여러 색깔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무지개가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기도 하지만, 원의 곡선을 따라 일곱 색깔로 표현되는 그 자체는 너무나 아름답기만 하다. 결국 무지개 속의 여러 색으로 나타나는 그 고유한 특성과 본연의 미묘한 색깔 조화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열쇠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보다는 ‘비 온 뒤 무지개가 피어난다’는 말이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어린 시절 무한한 꿈의 상징이자 동경의 대상이던 무지개가 지금은 조화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기 때문이리라.

지난 7월 1일 임기를 시작한 제8대 중구의회도 한 달여 가까이 예상치 못한 모진 풍파를 만나 시련과 아픔의 시간을 겪었다. 서로 추구하는 정치적 신념과 몸담은 정당의 이념 차이로 인해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구성 과정에서 여야는 팽팽한 의견 대립으로 맞서야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우리 의회는 한 단계 성숙한 의정활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나름의 준비과정을 거쳤다. 결국 이 모두는 민주적 절차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산고의 과정이었음을 우리 중구의회 의원 모두는 주어진 4년의 임기 동안 마음 깊이 되새길 것이다.

비록 어려움은 적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노력과 자기희생이 더해졌기에 갈등과 반목을 슬기롭게 봉합하고 상생과 조화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힘든 시기, 조화의 무지개를 피워내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을 아끼지 않은 동료 의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특히 이번 일을 겪으며 앞으로의 의정활동에서 잊지 말아야 할 교훈도 깨달았다. 상대의 입장에 서지 않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바꾸어 말해 ‘다른 사람의 입장을 내가 완벽히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그 사람이 가진 인생관과 가치관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고 공감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치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서로 공명하고 연결되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듯, 우리 중구의회 열 명의 의원들 역시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존중하면서 이해와 타협이라는 무기로 조금씩 공감해 나아가다 보면 아름다운 조화를 능히 이뤄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한 어려움이 우리 앞을 가로막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항해를 하면서 바다가 늘 잔잔하기만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다. 내일의 하늘에 햇빛만 찬란하게 빛나길 기대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앞으로, 미래로 늘 전진하는 사람에게 풍파는 언제나 따라다니는 법이다. 시련은 전진하는 자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것이지만, 이를 이겨내고 극복해 나가는 것 또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지개가 조금씩 다르듯, 우리 각자의 삶도 조금씩 다르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어떤 일을 겪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며, 좋은 기회를 살릴 수도 있지만, 그런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러한 삶의 굴곡이 우리의 인생을 결정한다고 하지 않는가. 중구의회가 25년의 의정사에서 첫 여성 의장 시대를 맞이한 것처럼, 앞으로 헤쳐나갈 우리 중구의회의 역사에서 어떤 비바람을 만나더라도 그 뒤에 피어나는 무지개는 아름다울 것이라고 감히 자신해 본다.

강혜순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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