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발칙한 상상
두루미, 발칙한 상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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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고온으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알프스산맥의 인기 탐방로가 속속 통제되고 있다. 산사태와 눈사태 위험이 커져 탐방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3일 BBC는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 최고봉 마르몰라다 정상(해발 3천343m)에서 빙하 덩어리와 바윗덩이가 떨어져 나오면서 등산객들을 덮쳤다고 전했다. 2022년 7월 3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5월부터 이어진 이상고온으로 유럽의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알프스 최고 인기 봉우리인 마터호른(4천478m), 몽블랑(4천809m)의 인기 탐방로 중 일부가 통제됐다고 전했다.

스위스 융프라우(4천158m) 산악 가이드들도 관광객에게 등정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가이드들이 융프라우 등정을 통제한 것은 거의 100년 만의 일이다.

울산 도심의 삼호대숲에서 번식하는 백로류도 마릿수 감소로 비상이 걸렸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3년 동안 매년 7월 삼호대숲의 백로류 마릿수를 관찰조사한 결과 2~3년 전부터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백로류 개체 수가 최대치를 기록하는 것은 매년 7월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온실가스가 축적되면서 생긴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무용공연 ‘생명의 강! 태화두루미의 발칙한 상상’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김영미무용단 제13회 정기 공연인 ‘생명의 강! 태화 두루미의 발칙한 상상’이 2022년 7월 17일 오후 7시 30분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김영미무용단에 따르면, 이번 공연의 기획 의도는 울산의 생태환경 보존을 위한 메시지를 담는 것이었고, 초연 작품이었던 ‘발칙한 두루미의 상상’과 지난해 태화강 춤 축제 때 선보인 ‘두루미의 발칙한 상상’을 업그레이드 한 것이었다.

공연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 내용을 간추리면, 태화강가 자연에는 아빠 두루미, 엄마 두루미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세월이 흘러 울산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로 인해 무분별한 자연 오염이 꾸준히 계속되었다. 태화강이 오염되자 악취가 나기 시작했고, 물고기가 죽어가는 죽음의 환경으로 변했다.

마침내 엄마 두루미는 아기 두루미를 낳은 후 원인도 모른 채 기력을 잃어갔다. 어미 두루미가 죽자, 슬픔에 잠긴 아빠 두루미는 아기 두루미를 지키겠다고 태화강가에 나가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태화강가 구석구석에는 생활오수, 비닐, 플라스틱, 세제 등 인간이 제멋대로 쓰다 버린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그러자 아빠 두루미는 플라스틱 거미, 플라스틱 인간을 등장시켜 인간을 괴롭히는 발칙한 상상을 하게 된다. 작가는 결국 일상에서 발길에 차이듯 넘쳐나는 플라스틱이나 비닐은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관람객이 태화강의 자연을 함께 지키는 수비대가 되는 참여공연 형식으로 무용공연을 끝맺는다.

김영미 무용단장은 이렇게 말한다. “울산 태화강이 생명의 강임을 강조하고 싶었고, 자연의 소중함과 가치를 인식시키려고 애썼다. 습지의 깃대종 두루미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구현하려는 염원을 담았다.” “공연을 보면서 자연환경 보호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사실 이번 공연은 두루미의 발칙한 상상을 통해 플라스틱과 비닐의 공해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함축과 상징, 비유와 은유로 표현한 공연이었다.

두루미가 사는 습지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울산은 역사적으로 볼 때 두루미의 터전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신라 계변 설화에는 ‘쌍학(雙鶴)’이 등장하고, 고려 성종은 울산의 별호를 ‘학성(鶴城)’으로 부르게 했다. 고려 한림학사 노봉 김극기는 시를 통해 동도의 기녀 전화앵의 예능을 ‘운학무(雲鶴舞)’란 표현으로 한껏 추켜세웠다. ‘울산학춤’은 두루미의 여러 가지 행동을 춤으로 만든 일종의 조류모방 춤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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