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유치원~고등학교 방사능방재 교육… 위급상황 대처 역량 길러
울산, 유치원~고등학교 방사능방재 교육… 위급상황 대처 역량 길러
  • 정인준
  • 승인 2022.08.0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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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울산시교육청, 방사능방재교육 원년
지난달 28일 울산시교육청 노옥희 교육감과 울주군 이순걸 군수는 시교육청 집현실에서 ‘울산교육청-울주군청 방사능방재체계 구축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28일 울산시교육청 노옥희 교육감과 울주군 이순걸 군수는 시교육청 집현실에서 ‘울산교육청-울주군청 방사능방재체계 구축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판도라’의 배경이 부산시와 울산시의 경계선에 걸쳐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다.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영화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며 전대미문의 대재앙을 맡게 된다. 일어나선 안될 일이지만 영화를 통해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원전을 폐기해야 할까. 영화에선 혼돈의 연속이었다. 방사능 분진이 덮칠 때 어떻게 해야하고 어디로 피난해야 하는지 몰랐다. 이 영화가 개봉된 후 울산지역의 탈핵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울산의 대부분은 방사능방재구역이다. 울산시와 각 구·군 지자체는 방사능방재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위험 속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체감도는 낮다. 이때 원전이 지역내 있어 전국에서 가장 방재계획을 잘 세워 놓고 있는 울주군과 울산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업무협약을 체결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방사능방재 교육과 훈련에 나섰다. <편집자 주>

-#1. 화창한 어느날 오후, 사이렌이 울리고 한수원 ○○원자력본부로부터 대피안내 방송이 흘러 나온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안전한 곳을 찾아 대피하십시오”

-#2.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교실로 황급히 대피했다. 첫 째로 할 일은 교실문과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전등과 에어컨도 껐다.

-#3. 재난방송 안내에 따라 현관에 마련된 이동버스에 신속히 타고, 대피장소로 이동한다. 대피소에서는 풍선으로된 쉴드가 마련돼 있고, 피폭이 우려되면 의료센터에서 갑상선 의약품 등을 수령한다.

◇방사능 분진 발생 땐 콘크리트 건물로 피하는 게 기본

이 같은 장면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받아야 하는 방사능방재 훈련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울산시교육청은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실제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올해부터는 전국 최초로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연1회 방사능방재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위 장면 ‘#2’에서 학생들은 교실로 대피해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친후 전등과 에어컨을 켜야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뭘까.

시교육청 정서영(안전총괄과) 장학사는 “방사능방재 때 가장 기본이 분진을 피하기 위해 콘크리트 건물로 대피하는 것”이라며 “이후 재난방송 등을 청취하고 안내에 따라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피 방향은 바람의 방향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일어나선 안되지만 위험상황에 대비해 방사능방재훈련 체득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울산시교육청이 마련한 VR기기 시연 모습. 방사능 분진 대피부터 버스 이동, 대피소에서 해야할 일까지 퀘스트를 수행하며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지난달 28일 울산시교육청이 마련한 VR기기 시연 모습. 방사능 분진 대피부터 버스 이동, 대피소에서 해야할 일까지 퀘스트를 수행하며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울주군이 만든 교육콘텐츠, 시교육청 통해 울산지역 학교 전체로 확대

지난달 28일 울산시교육청 노옥희 교육감과 울주군 이순걸 군수는 시교육청 집현실에서 ‘울산교육청-울주군청 방사능방재체계 구축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주요내용은 △양 기관의 방사능방재체계 강화 △방사능방재 교육훈련 추진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 △방사능재난 대비 방재분야 자문 및 업무 협조 △상호 합의한 분야에서 인적·물적 적극 협력 등이다.

쉽게 말해 울산시교육청은 울주군과 협력해 학생들의 방상능방재 교육과 훈련을 공동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시교육청이 VR기기로 실시 하려는 가상현실 체험교육은 울주군이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기기다.

시교육청은 이 기기를 100대 구매했고 주요 교육시설에 배포했다.

이와 함게 시교육청과 울주군은 오는 11월, 전국 최초 ‘학교기관(상북중학교 예정) 임차 방사능재난 이재민구호소 체험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대피교육을 받은 대로 실제 버스를 타고 피난을 가보는 것이다. 기존 방사능재난 매뉴얼이 실제 사고 때 유효하게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훈련이다.

그동안 시교육청과 울주군은 지역 내 가장 시급한 재난대피 교육·훈련이 ‘방사능 누출사고 대비 교육·훈련’이라는 데 뜻을 같이하고 크고 작은 협력을 이어왔는데, 이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게 이번 업무협약 체결의 목적이다.

학생교육에 사용될 방사능방재 대응 VR기기.
학생교육에 사용될 방사능방재 대응 VR기기.

◇VR기기 등 활용 연 1회 의무교육… 학년 올라가며 체득화

울산시교육청 노옥희 교육감은 업무협약식에 ‘전국 최초 방사능방재 교육·훈련 원년’을 선포했다.

시교육청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년에 1시간씩 방사능방재 교육·훈련을 실시키로 했다. VR기기 간접체험교육은 초등 4년부터 실시된다. 시교육청이 구매한 VR기기가 이 때 사용된다.

시교육청은 △매년 초5, 중1학년 2만4천여명을 대상으로 안전체험교육을 진행하는 울산안전체험관에 30대 △고1학년 1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울산학생교육원에 20대 △그리고 거점형 안전체험교실 운영학교 12교 중 고리 원전 인근 학교를 위해 온산초등학교에 20대 △월성 원전 인근 학교를 위해 연암초등학교에 20대를 배부했다.

또 나머지 10대는 기존에 시교육청이 보유하고 있던 20대와 함께 총 30대 규모로 희망학교 무료대여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때도 울주군지역 학교는 울주군에서 VR기기를 지원한다.

노옥희 교육감은 “방사능방재 교육을 하려 했으나 문제는 몇몇 동영상 교육자료 외에 학생들이 방사능재난 시 행동요령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교육 자료가 없어 고민이 많았다”며 “그러다가 울주군에서 가상현실(VR) 기반 방사능방재 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시교육청과 울주군의 성공적인 협업 사례는 원전을 포함하고 있는 각 여러 시·도에 지자체와 함께하는 방사능교육훈련 분야 표준으로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4년간 ‘울산교육을 대한민국 공교육의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울주군의 지원으로 방사능교육 분야에서 이 목표를 제일 먼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걸 울주군수는 “울주군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되고 원전이 소재하고 있는 지자체로써 실효성 있는 방사능재난 대비를 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울산시 모든 학생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방사능재난 교육훈련의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각종 재난으로부터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안전한 학교을 만드는 데 울주군이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전남교육청 벌써부터 관심… 타 시도교육청 벤치마킹 문의도 이어져

시교육청의 ‘전국 최초 방사능방재 교육·훈련 원년’ 선포는 벌써부터 전국 시도교육청의 주목을 끌고 있다.

정서영 장학사는 “대전시교육청과 한빛원전이 위치한 전남도교육청이 먼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며 “그 외 시도교육청에서 벤치마킹 등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사능방재 교육·훈련은 울산시조례에 근거하고 있다”며 “학년이 올라가면서 연1회 교육과 훈련이 축적되면 위급상황에서도 매뉴얼대로 침착해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길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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