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비밀 / 박해경
[디카+詩]비밀 / 박해경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0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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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수문장의 귀

장마의 끝을 잡고 있는 구름의 모습이 하늘에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 주며 눈길을 끌고 있는 팔월 초입,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의 이유를 알 것 같은 박해경 시인의 디카시 “비밀”을 감상합니다.

이 디카시는 2022년 8월 2일부터 28일까지 울산 문화쉼터몽돌에서 전시되고 있는 디카시입니다. 이미지를 살펴보면 어느 사찰의 오래된 문고리가 열려있는 모습이 묵직한 목탁소리와 함께 불경소리 가득 들리는 듯한데, “모든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 수문장의 귀”라는 두 행으로 화두를 던져줍니다. 그러면서 제목은 비밀입니다.

시는 발표하고 나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는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데 왜 비밀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가톨릭 신자는 신부에게 잘못과 비밀을 고해성사 하기도 하는데, 이 디카시에서는 스님이 묵언 수행을 하듯 비밀을 말하려거든 입을 꽉 다물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대부분 문제들이 사소한 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비밀을 알려주면서 커지는 것 같습니다. 비밀이니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말라는 말은 소문을 내달라는 말과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집니다. 직접 듣고 보지 않은 뭐라 뭐라 하더라는 몇 단계를 거치며 눈덩이처럼 커져서 녹지 않는 눈사람을 만들어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의 3가지 체에도 보면 “첫 번째는 지금 하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증거가 확실한가? 두 번째는 진실이 아니라면 최소한 좋은 내용인가? 세 번째는 꼭 필요한 것인가?”를 체로 걸러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하는 걸 알면서도 실천하기도 무척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디카시집 “가장 좋은 집”에도 실려있는 박해경 시인의 디카시 “비밀”을 감상하며 휴가의 계절 울산 정자해변 문화쉼터몽돌에서 전시되고 있는 멋진 디카시 20편을 감상하며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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