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의 고장 북해도 ①
‘러브레터’의 고장 북해도 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7.2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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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일본 문이 열렸다. 전부 열린 것은 아니지만 단체 여행객은 가고 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한·일 관계도 그렇고, 그 와중에 속이 많이 탔다. 아들이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얼굴을 못 본 지가 오래되었다. 연말이 되면 아들을 볼 수 있을지…

오래전에 열여섯 명이 북해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이 일행들은 지금도 만날 때마다 삿포로 이야기를 한다. 일본의 북쪽에 있는 섬으로 러시아와 더 가깝다. 기후도 고산기후이고 세계에서 눈이 제일 많이 내리는 곳이다. 지진도, 장마도 거의 없고 가장 자연경관과 이미지가 좋은 곳으로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다. 일본에서 가장 풍요로운 곳으로 기억된다.

부·울·경에서 오는 나의 지인과 밴친들로 적지 않은 인원이라 아침부터 신경이 쓰였다. 모두 비행기에 착석하고 나니 긴장이 좀 풀렸다. 볶음밥을 기내에서 먹고 치토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6월 중순인데 쌀쌀한 가을 날씨 같아서 모두 옷을 여미고 스카프를 두르고 난리를 피웠다.

먼저 오타루로 이동해서 오르골 전시장으로 갔다. 오르골 전시장 앞 시계탑은 기차처럼 증기를 올리고 기적을 울렸다. 전시장은 1912년에 지어진 일본 최대 규모로 어두운 붉은 벽돌과 아치형 창문이 인상적이다. 내부는 모두 느티나무로 만들어졌으며 19세기 무렵의 골동품을 비롯해 전 세계 오르골을 전시·판매하고 있었다.

감성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오르골을 취향대로 주문할 수 있고, 제작도 가능했다. 은은하고 신비로운 소리를 내는 오르골은 만지는 것마다 다른 소리를 냈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액자도 태엽을 돌리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왔다. 크고 작은 모든 물건에서 저마다의 소리가 났다. 저 많은 종류를 어떻게 다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

오타루의 특산품 중 하나인 유리 제품을 일본식으로 ‘가라스’라고 발음한다. 기타이치 가라스 공방은 유리 제품의 전 제작공정과 크리스탈로 만들어지는 많은 유리 제품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 유리 공방 거리는 정말 예쁜 그릇과 유리 공예품이 많아 보는 것만 해도 아름다웠다. 여자들은 예쁜 그릇을 보면 사고 싶어 한다.

거리에는 온통 아이스크림과 멜론, 녹차 등 특산품과 먹을거리가 즐비했다. 보이는 것마다 하나씩 사서 나누어 먹어 보곤 했다. 북해도답게 초콜릿과 우유가 아주 진하고 맛있었다. 시식도 해 보고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며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몰려다니다 보니 마치 여고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북해도는 시간을 되돌리는 곳인 것 같았다.

오타루 운하 주변의 옛 건물과 집들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운치가 있다. 특히 어둠이 스며들 때 운하와 가로등이 켜진 호수 같은 작은 항구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결국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내가 골목마다 찾아다녔다.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삿포로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이 ‘러브레터’다. 오타루 설원에서 산에서 죽은 첫사랑에게 손나팔을 하며 “오겡끼데스까(잘 지내시나요?)”하며 소리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이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첫사랑 같은 존재이자 과거의 추억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하는 영화다. 지금도 메아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온천으로 유명한 죠잔케이로 가는데 도로변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자작나무 숲, 삼나무 숲도 나오고 꽤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만세각 밀리오네 온천 호텔로 갔다. 조용하고 공기 좋고 깨끗한 숲속에 있는 시골 마을이었다. 일본 남쪽의 다른 온천들과는 달랐다. 주의할 점은 일본에서는 꼭 머리에 수건을 얹거나 쓰고 탕에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노천탕에 누워 흘러가는 흰 구름을 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은은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호사를 누렸다. 다다미방은 엄청 넓어 끝방 친구는 무섭다고 같이 자자고 했다. 5인 정도가 잘 수 있는 크기였다. 유카타를 입고 사진도 찍고 밤거리를 걸으며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 갔다. 길가에도 무료 족탕이 많이 있었다. 여행은 체험을 통해 더 멋진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다.

김윤경 여행큐레이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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