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남(曉南)- 울산 서도인 능구(能久) 50년
효남(曉南)- 울산 서도인 능구(能久) 50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7.1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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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에 나오는 ‘능구(能久)’라는 단어의 ‘구(久)’는 오래 계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3개월을 뜻한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보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살이에서 무엇이든 3개월 정도 꾸준히 하면 본질이 바뀐다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성경』에 나오는 믿음·소망·사랑이라는 구절에서 사랑은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밭을 일구어 씨를 심고 가꾸는 것’을 뜻한다. ‘입이 저자라면 상다리가 부러진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살이에서 실제로 움직이지 않고는 결과를 바랄 수는 없다는 경험자의 잠언이다.

『화엄경』 현수품(賢首品)에 ‘신위도원공덕모(信爲道元功德母)’라는 구절이 있다. 수행적 해석이 아닌 생활적 풀이로 접근한다. 즉 믿음은 도의 근원이면서 공덕의 어머니라는 생활적 해석이다. 어머니의 믿음은 바로 실천이다. 믿음은 생각과 실천을 동일시한다.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 공덕 하였던가?, 배고픈 이 밥을 주어 아사(餓死) 공덕 하였던가? 헐벗은 이 옷을 주어 의복(衣服) 공덕 하였던가?, 목마른 이 물을 주어 급수(給水) 공덕 하였던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活人) 공덕 하였던가?라는 표현에서 공덕은 곧 실천임을 알 수 있다. 어머니는 가정을 살리는 주체이며, 입이 아닌 손과 발의 행동임을 알고 있다. 사례로는 ‘입이 노고지리(종달새) 소리라면 손과 발은 홍굴애비(여치) 방아 찧기’라는 말이 적당하다.

능구의 대표적 모델은 농부다. 농부는 밥의 가치를 알기에 일 년 내내 농사에 지극 정성이다. “식사하셨습니까?”“밥은 먹고 다니나?”, 마지, 메, 진지. 입시(粒匙) 등 일상에서 밥을 빼놓을 수 없는 탓이다. ‘금탕지고비속불수(金湯之固非粟不守=견고한 성도 양식이 떨어지면 지킬 수 없다)’라는 표현이나 “한국 음식의 최고봉은 밥”이라는 말에서도 확인된다. 농부는 입이 아닌 손과 발의 움직임으로 시작해 결과를 얻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수족의 움직임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은 게으름이다. 게으름을 경고한 것이 ‘물타(勿惰=게으름을 삼가라)’다.

능구 50년 서도인이 있다. 울주문화예술회관 ‘울주 아트 지역작가 공모 초대전’ 전시장에서 만났다. 효남(曉南) 유용하(劉鎔河) 작가다. 1972년, 그는 스물다섯의 청년으로 〈울산서도회〉 창립 회원전에 참여했다. 당시 울산서도회 회원전은 중구 북정동 울산초등학교 사거리에 있던 가로수다방에서 열렸다. 돌과 나무를 사랑해 ‘석림(石林)’이란 아호로 썼다는 글이 이채롭다. ‘방초동산생명수(芳草東山生命水) 군양동락영안거(群羊同樂永安居)’란 글이다.

울산서도회를 창립한 가정(可亭) 이수대(李樹大, 1912∼1975) 회장의 지도를 받았다. 세월을 알차게 활용한 청년은 울산서도회 회장을 두 번이나 역임하며 울산 문화예술 발전에 힘썼다. 현재 고래희(古來稀) 중반이지만 네 번째 작품전을 열 만큼 열정적이다. 작가는 ‘막신일호(莫神一好)’를 힘주어 말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더 신명 나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막신(莫神)’이란 ‘더 이상 신명 나는 일이 없다’는 뜻이고, ‘일호(一好)’는 ‘오직 한 가지 일에 몰두한다’는 뜻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순자(筍子)가 했다는 이 말은 작가 효남의 표현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전시장에서는 35년 전 모습을 비디오를 통해 반복 방영하고 있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실감 났다. 전시 기간 내내 선수, 세죽, 황성, 황암, 남화, 용연, 용잠, 해내, 우치로 이어지는 고향 선후배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능구는 언제나 보기에 좋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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