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관심… 교육복지이음단 확대 필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관심… 교육복지이음단 확대 필요”
  • 정인준
  • 승인 2022.07.1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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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교육청, 교육복지이음단 본격화
-‘교육복지 이음’은 핀셋형 맞춤 복지
- 전국 최초 시행 새로운 복지틀 정착
- 학습·상담·돌봄 3개 부문서 활동
지난 8일 울산시교육청 책마루에서 진행된 교육복지이음단 관련 인터뷰 장면.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시교육청 이재수 팀장, 이정명 주무관, 교육복지이음단 신혜정 씨, 유은주 씨, 차혜인 씨, 임성실 씨.
지난 8일 울산시교육청 책마루에서 진행된 교육복지이음단 관련 인터뷰 장면.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시교육청 이재수 팀장, 이정명 주무관, 교육복지이음단 신혜정 씨, 유은주 씨, 차혜인 씨, 임성실 씨.

우리 주변에는 놀이동산에 한 번 가보는게 꿈인 아이들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게 한 이유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이 아이들이 제대로 꿈을 꿀 수 없다는 현실에 있다. 성장기에서 결핍된 가정환경이나 경제적 부족함은 ‘행복권’의 제약으로 다가온다. 경제적 또는 환경적 영향에 따라 가고 싶은 곳을 못가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이런 아이들에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함께 나눠야 한다. 물론 모든 아이들을 다 ‘제대로’ 돌봐줄 순 없다. 하지만 더욱 촘촘한 복지를 통해 결핍을 최소화 하는 데 공적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그램이 울산시교육청의 ‘교육복지이음단’이다. 교육복지이음단은 울산 시민 등을 교육후견인으로 양성해 학습, 정서, 돌봄 등의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북구지역을 대상으로 교육복지이음단을 시범 운영한 후, 올해 울산전역으로 확대해 본격화 했다.

지난해엔 학교로부터 12명의 학생을 추천 받았고, 시교육청은 교육복지이음단 24명을 모집해 1대2 매칭으로 진행했다. 올해는 울산 전지역에서 35명의 학생들과 교육복지이음단 38명으로 진행되고 있다. 4명의 이음단은 예비이음단으로 두고 34명 학생들에 대해 1대1 매칭으로 교육복지이음이 실시되고 있다.

지난 8일 울산시교육청 책마루에서 교육복지이음단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국 최초라는 화제성과 함께 비슷한 프로그램인 ‘사회복지관 돌봄’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경주월드놀이공원 체험활동 “너무 좋았다”

교육복지이음단원들은 지난 2일 아이들과 경주월드놀이공원에 다녀온 체험활동 소감으로 첫 마디를 시작했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너무너무 좋았다”며 “다양한 체험활동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명 주무관은 “이날 총 54명(학생·단원 25쌍, 관리자 4명)이 다녀왔는데, 이중 2명은 놀이동산에 처음와봤다고 말해 가슴이 뭉클했다”며 “무더위에 단원들은 지쳤지만 아이들은 지칠줄 몰라했다”고 말했다.

신혜정 씨는 “귀가길 아이가 이음단원의 어깨에 기대 소근소근 이야기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평소 그 아이는 내성적이었는데, 이날 만큼은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교육복지이음단, 위기가정 등 복지사각지대서 학습·정서·돌봄 3개 영역 활동

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복지이음단은 학습, 정서, 돌봄 등 3개 영역에서 진행된다. 이음이 필요한 아이 대상은 저소득·차상위 계층 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인 위기가정도 포함된다. 복지사각지대을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음 아이들은 우선 학교 추천을 받아 다면 평가를 통해 선택한다. 담임교사가 그 학생의 사정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생들은 학습, 정서, 돌봄으로 구분돼 교육복지이음단과 매칭이 된다.

교육복지음단도 엄격한 심사와 교육을 통해 선발된다. 올해 교육복지이음단 40명 모집에 56명이 신청했다.

신청자는 우선 학생들과 관련된 직업군들이 많다. 또 올해 선발된 38명중 9명이 남성일 정도로 남성들의 관심도도 높았다.

이정명 주무관은 “남성 단원 중 한 명은 대학생인데, 이 청년은 예전 교육복지 혜택을 받아 이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기 응모했다”며 “향후 교육복지이음단 활동의 선한 영향을 기대하는 대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교육복지이음단 활동은 개인적인 상황에 의존하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개입정도, 해리 부작용 등 다양한 문제점이 예상돼 특히 자격연수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이음단들은 연수에서 전체 토론 등을 거쳐 어떤 관점에서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이해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교육복지이음단 체험활동이 경주월드에서 진행됐다. 참가한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지난 2일 교육복지이음단 체험활동이 경주월드에서 진행됐다. 참가한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음활동 개입정도 경계 중요… 친밀감 형성이 관건

올해 첫 활동을 시작한 차혜인 씨는 개입정도에 대해 “학생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아이의 공부를 지도해 주고 있는 차 씨는 “아이에게 내가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을 말하고 기준을 정하고 있다”며 “도움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시키고, 필요한 지원 등은 복지기관을 안내해 주고 관계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아이는 초등학교 때 ADHA(주의결핍·과잉행동 장애) 증후군 증상으로 학교를 등한시 해 학습능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며 친밀감인 라포(Rapport)가 형성된 후 “선생님 이 근육좀 봐요”할 정도로 학습은 물론 또래 청소년기의 활동성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임성실 씨는 “만남 횟수가 조금 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는 생각”이라며 “관계형성기가 2~3개월 걸리는데 초기에 떨어져 있는 기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 씨 역시 6학년 아이의 공부를 가르쳐 주고 있다.

임 씨는 “6학년이지만 초등 2학년 문해력 수준을 보여 어렵게 공부를 가르켰다”며 “중요했던 건 공부보다는 자존감을 키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더니 성적이 부쩍 향상됐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관심을 가져주고 말을 들어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이 기르는 것 어른들의 미덕… 교육복지이음단 활동 확대 필요

신혜정 씨는 정서상담과 학습지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신 씨는 초등 2학년 아이들을 담당하고 있는데, 뇌전증을 앓고 있는 발달장애 아이다. 신 씨는 “어려움도 많지만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은 기본적인 어른들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음 만났을 때 발달지원센터에서 수업을 받았었는데, 함께 산책하고, 맛있는 것을 먹이는 등 정성을 다했더니 지금은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음단 활동도 다양하다”며 “이러한 부분은 어떤 기관도 할 수 없는 특징으로 이음단 활동의 확장성을 보고 지원정책 뿐만 아니라 만남 횟수 조정 등 유연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2년째 활동을 하고 있는 유은주 씨는 교육복지이음단의 확대를 강조했다. 유 씨는 “지난해 중1이였던 아이가 중2가 되니 사춘기를 보내며 남자로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니 보람이 크다”며 “지금은 진로을 위해 무엇이 하고 싶은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지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복지이음단은 아이들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돌봐주는 핀셋형 맞춤 복지라고 생각된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선 아이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이러한 위험은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와 국민들이 부담해야 되는데, 위험 회피 차원에서 교육복지이음단 활동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명 주무관은 “교육복지이음단은 학교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활동하는 공익적 목적을 갖고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활동시간은 1달 2회 4간씩을 기본으로 상황에 따라 만남 횟수가 조정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정책관실 이재수(정책2팀) 팀장은 “서울시에서 교육후견인사업을 하고 있지만 시교육청 차원에서 직접 사회복지와 교육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전국 최초의 사례”라며 “올해 진행과정을 분석해 교육복지이음단 활동을 확대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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