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
더불어 사는 삶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7.1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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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일이다. 이것보다 더 좋은 건 새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계절의 개념을 잊고 산다. 기후변화의 심상치 않은 일들을 겪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고처럼 올여름은 알 수 없는 의문을 주는 것 같다.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후덥지근하다. 긴 가뭄 끝에 겨우 몇 번의 비가 내리는 것으로 장마가 끝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날들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문득 유년의 기억들이 스친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그때, 계절마다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는 느낌이었고, 사실 계절을 피부로 느끼며 지냈던 것 같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기다려지고, 가을이구나 싶으면 추운 겨울 속으로 계절 따라 우리의 삶도 달랐다. 그립다. 되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이지만 가끔 들춰보는 재미가 그래도 내 기억 속에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시대가 변하니 계절 따라 달라지는 삶이 예사롭게 지나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싶다. 뚜렷한 계절도 없고, 강렬한 무언가도 없다. 현실은 혼자 먹고, 차 마시고, 혼자서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것이 전혀 어색함이 없다.

나는 지금 이 시대의 사람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현실에 맞게 맞춰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적응하기 힘들 때도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런 현실에 맞서 적응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 나이가 들면서 이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은 하지만 스스로 소심해지는 일도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파트 관리실에서 내보내는 안내방송이 잦다. 쿵쿵거리지 마라, 아홉 시 이후 세탁기 돌리지 마라, 의자나 탁자 끄는 소리 내지 마라와 같은, 함께 지켜야 할 규칙들이 방송할 때마다 하나씩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이렇게 가다가는 아마 숨소리도 내지 마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은 분명 공동생활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럴수록 일부러 문을 세게 닫는다거나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의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아졌다. 그러니 방송할 때마다 한 문장씩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더불어 사는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런 시대, 이런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유년의 기억은 추억으로만 여겨지기 이전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무미건조한 것처럼 느껴질 만큼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속엔 잔잔한 공감과 훈훈한 사람 냄새 나는 사는 재미가 있었다. 그땐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몰랐지만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우리가 바라는 더불어 사는 삶이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 오는 날, 한적한 시골골목 어느 집 부엌에서 풍겨나는 솥뚜껑 위 파전을 나눠 먹던 것, 모내기와 밭작물을 품앗이해가며 재배했던, 무수히 많은 추억이 있다. 시골이든 도시든 그때는 함께하는 재미가 있었다. 혼자가 익숙한 요즘에 다시 그때 그날이 올지 어떨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래도 더불어 사는 삶을 다시 꿈꿀 수 있다는 것에 아주 작은 기대를 해본다.

김순희 수필가·울산 동구청 꽃바위 작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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