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클럽화 과도기… 인내심 갖고 시스템 정착 시켜야
울산,?스포츠클럽화 과도기… 인내심 갖고 시스템 정착 시켜야
  • 정인준
  • 승인 2022.06.2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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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위기의 ‘학교 엘리트 체육’ 대안은?
지난달 12일 울산스포츠과학고에서 개최된 강남교육장기 육상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 4월 3일 개최된 울산시교육감배 육상대회에서 학생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울산시 체육계의 엘리트 체육이 뿌리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울산시교육청은 학교 운동부의 스포츠클럽화의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보고 있지만, 학교 엘리트 체육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이번 제51회 전국소년체전에 그대로 반영됐다. 코로나19 상황을 지난 전국 첫 대회임을 감안하더라도 예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학생선수 출전이나 메달 성적은 '위기감'이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울산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소년체전을 뿌리로 엘리트 체육의 상향식 육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전체적으로는 국가 엘리트 체육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소년체전을 계기로 울산지역 학교 엘리트 체육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엘리트 체육 육성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열린 전국소년체전 역대 최하 성적… 엘리트 체육 위기감 불러

제51회 전국소년체전이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경북 구미 일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체전에 울산은 500여명의 학생선수를 파견해 금메달 8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22개 등 총 41개의 메달성적을 거뒀다. 이는 당초 울산이 제시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대회를 마감하면서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조할 수 있을까.

속내를 보면 이번 전국소년체전은 울산지역 엘리트체육의 위기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선수층이 얇아 역대 최저 선수단을 파견했다. 전통적 메달박스였던 레슬링은 파견하지도 못했다. 메달 성적도 역대 최저다. 코로나19 전에 열렸던 2019년 대회에는 총 61개 메달 중 금메달이 13개였다. 2018년엔 총 70개 메달을 땄고, 이중 20개 금메달이었다. 메달의 수나 빛갈이 전부는 아니지만, 올해 대회와 비교하면 성적이 절반 가까이 쪼그라 들었다. 선수층이 얇고 선수들의 실력도 하향됐다는게 체육계의 뼈아픈 지적도 이 때문이다.

전국소년체전은 초등·중등 선수들이 참가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울산의 체육역량이 뿌리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는 근거는 울산스포츠과학중학교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울산스포츠과학중학교는 정원이 40명이지만 최근 4년사이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입학성적에 반영이 되는 경기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스포츠중학교에 입학할 초등학교 선수가 없다는 게 보다 근본적이 이유에 가깝다.

지난달 12일 울산스포츠과학고에서 개최된 강남교육장기 육상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달 12일 울산스포츠과학고에서 개최된 강남교육장기 육상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학생선수 학습권이 운동권 보다 우선, 체육정책 변화에 운동부 ‘미운오리’ 신세

체육계에서는 원인으로 엘리트 체육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에 있다고 진단한다. 예전에는 ‘죽기 살기’로 운동을 했다면, 최근엔 ‘즐기는 체육’으로의 변화를 꼽는다.

국가와 교육당국이 이런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17년 정부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통합하는 체육정책의 대변화를 추진했다. 생활체육 저변을 통해 선수를 발굴하고, 엘리트 체육선수는 미래를 보장하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기 위한 정책이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은 학교체육에도 영향을 미쳐 엘리트체육의 기반인 학교운동부가 점점 설자리를 잃는 상황으로 진화했다. 인기가 없고 힘든 레슬링이나 복싱과 같은 운동부는 사라지게 됐다.

특히 울산시교육청은 2020년부터 학교운동부의 스포츠클럽화를 시작했다. 학교운동부의 폭력성과 폐쇄성, 성적지상주의를 경계할 뿐만 아니라 선진형 체육활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울산시체육회 관계자는 “환경도 중요하지만 엘리트체육을 대하는 정신적인 요소가 크다”며 “운동선수의 학습권과 운동권이 충돌하다 보니 엘리트 체육 육성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들이 소홀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적지상주의가 부른 엘리트체육 이젠 변화해야

하지만 학교운동부 공공스포츠클럽화를 평가 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스포츠클럽의 미래는 현대호랑이축구단이나 모비스가 운영하는 유소년 클럽처럼 되는 데 있다. 하고 싶은 체육을 즐기면서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엘리트 체육의 위기가 과도적 상황이라고 보는 시각도 강하다. 학생선수들이 학습권을 보장 받으며 즐기며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시교육청과 체육회 관계자는 “엘리트체육의 위기라고 하는 것은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성적지상주의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며 “최근의 체육환경을 보면 학습권과 운동권이 시너지를 내는 모습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올해 전국소년체전에서 남중부 복싱 라이트웰터급에 출전에 ‘금빛 펀치’를 날린 김건우(남외중3) 선수는 생활체육부터 시작해 엘리트 선수가 된 경우다.

김 선수는 5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복싱도장에 갔다가 소질이 뛰어나 중학교 때 복싱선수로 전향했다. 김 선수는 스스로 복싱을 즐겼다. 수업을 마치고 울산시복싱협회 체육관을 찾아 한 두 시간씩 트레이닝을 받았다. 김 선수는 스스로 운동을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김 선수는 2학년이었던 지난해 전국학생선수권을 제패했고, 올해 대한복싱협회장배, 학생선수권, 전국소년체전까지 석권했다.

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김건우 선수와 같은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볼링, 태권도, 복싱, 보디빌딩 등 부모의 손을 잡고 시작한 운동이 엘리트체육 선수로 활성화 되고 있다.

올해 개최된 전국소년체전에서 남중부 복싱 라이트웰터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김건우(남외중3) 선수. 김건우 선수는 초등 5학년 때 생활체육으로 복싱에 입문해 엘리트 선수가 됐다.
올해 개최된 전국소년체전에서 남중부 복싱 라이트웰터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김건우(남외중3) 선수. 김건우 선수는 초등 5학년 때 생활체육으로 복싱에 입문해 엘리트 선수가 됐다.

 

◇2017년 대비 운동부 운영 학교 오히려 크게 늘어… 공공스포츠클럽 전환에 미래 있어

올해부터 엘리트체육 육성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코로나19 상황에서 움츠렸던 각종 대회들이 잇따라 개최돼 학생선수 발굴에 숨통을 트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울산시교육감배 육상대회가 였렸다. 지난달에는 2018년 이후 중단됐던 강북·남교육장기 육상대회가 울산스포츠과학중고에서 열렸다.

또 학생선수들의 기량을 평가할 수 있는 지자체장배 체육대회도 열리고 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울산지역 대회만도 1년에 약 50여회가 개최된다.

이중 울산시교육감배 경기대회는 17개나 된다. 올해 다시 개최됐지만 강북·남교육장기 까지 합하면 총 19개 대회를 시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다.

2017년 이후 줄어들었던 학교운동부도 더 활성화 되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2017년 155개 학교에서 160개 종목팀이 운영됐던 운동부가 올해 기준 215개 학교 240개 팀 운영으로 확대됐다. 또 축구(7개교)와 야구부(3개교)는 모두 공공스포츠클럽으로 전환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공공스포츠클럽 전환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학교운동부 축소방침이 크게 부각돼 왔던 면도 있던게 사실”이라며 “체육도 교육의 한 방향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소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울산의 시세와 경제환경의 변화 등으로 선수 층이 얇고 저변이 부족해 엘리트체육의 위기감이 큰 것도 사실 이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융합”이라며 “현재는 시간이 필요한 과도기 상황으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인내심을 갖고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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