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용마(龍馬) 이야기
울산의 용마(龍馬)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6.1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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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회 조류생태현장학습을 진행한다. 6월은 태화강 중류 ‘배리끝’이 현장이었고, 주변에는 서천을 비롯해 낙안소, 사군탄, 해연이 자리 잡아 생태학습 소재가 다양하고 풍부했다. 지역 조류생태, 장구산의 정체와 현상, 울산 용마 문화에 대한 강의와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했다. 그 일부를 소개한다.

배리끝은 강가에 형성된 가파른 지형이다. ‘남창 남창 배리 끝에/ 무정하다 울 오라배/ 나도 죽어 후생 가면/ 낭군부터 정할래라’라는 민요에 얽힌 애절한 사연이 있는 곳이다. 서천(西川)은 동천(東川)과 짝을 이루는 천으로 ‘척과천’의 옛 이름이다.

낙안소(落雁沼)는 ‘(겨울철에) 기러기가 찾아오는 소(沼)’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군탄(使君灘)은 홍수에 떠내려간 누이동생의 시신이 발견된 여울로, 현재 다운동으로 건너가는 여울이다. 해연(蟹淵)은 갈댓잎도 먹는 참게의 서식처로, 갈대가 무성한 곳이었다. 장구산(長玖山)은 묵장산 내린 줄기로 옥녀봉을 지나 배리끝에서 멈춘다.

“계명산 내린 줄기 학의 등에 터를 닦아/ 앞으로 열두 간 뒤로 열두 간, 이십사 간을 지어놓고/ 이 집 지은 지 삼 년 만에 고사 한번을 잘 지냈더니/ 아들을 낳으면 효자 낳고 딸을 낳으면 효녀로다/ 며느리 얻으면 열녀 얻고 말을 놓으면 용마 되고/ 소를 놓으면 약대로다/ 닭을 놓으면 봉이 되고 개를 놓으면 청삽사리/ 네눈백이 안마당에 곤드러졌다/ 낯선 사람 오게 되면 커거컹 짓는 소리/ 지전 갈쭉이 물밀 듯하누나 에∼”(경기민요, 장기타령 2절 가사)

가사에서 ‘말’은 ‘용마(龍馬)’를 바라고 있다. 그 때문에 용과 말은 동격으로 상징된다. 용트림과 용오름을 말의 기상으로 본 것이다. 용은 물의 상징이자 비를 다스리는 신이다. 오랜 가뭄은 곧바로 흉년으로 이어진다. 기우제 성소를 찾아 의식을 행하는 이유다.

울산 자연의 용은 마(馬), 검(黔), 장(長)처럼 다른 이름으로 나타난다. 산이 둘러있고 물이 한 방향으로 흘러 넓은 습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흔적은 곳곳에 있어서 울산에는 다섯 방위에 말과 용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청마두(靑馬頭), 홍마채(紅馬彩), 황용검(黃龍黔), 백장검(白長黔), 현장구(玄長玖)가 본보기 표현이다.

청마두는 동대산 일맥(一?)이 바다로 달리는 형상이다(학성지는 ‘南走海中’, 울산읍지는 ‘走東海中’이라 표현). 마두는 울산 용신(龍神) 신앙 의식의 정체성이자 민속 마두희(馬頭戱)의 현상이다. 남쪽 염전 터인 홍마채는 그 생김새가 용이 길게 누워있는 형상으로 마채염전의 정체성이다. 황용검은 태화루 아래 황용연에 사는 용을 일컫는 말이다. 오방(五方) 용(龍)의 중심이기도 하다.

백장검은 영축산과 문수산 물의 원천 즉 용의 기운이 장검에 엎드려있는 형상이다. 가까운 선바위 백용담도 맥을 같이한다. 현장구와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형상이다. 현장구는 묵장산(墨丈山) 용이 옥녀봉(玉女峯)을 지나 배리끝에서 여의주를 곁에 두고 태화강으로 들어가는 형상이다. 자연의 용은 지역인에게 수록(壽祿·부자로 건강·장수하는 것)을 안겨준다.

인간의 용은 활동에 따라 잠용(潛龍), 현용(見龍), 약용(躍龍), 비룡(飛龍), 항용(亢龍)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용의 최대 약점은 교만이다. ‘교만한 용은 눈물을 흘린다(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리는 교만함에 비유할 수 있다. 봉(鳳)도 봉 짓을 못하면 닭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앞으로 큰일을 하면서 그 일이 지속하기를 원한다면 교만을 삼가야 한다. 모두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교훈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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