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울산과 단양
제비, 울산과 단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5.3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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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충북 단양의 ‘수양개 빛 터널’을 찾았다. 몇몇이 점심을 먹고 찻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행을 즐기는 지인이 뜬금없이 ‘단양’을 들먹거리는 바람에 갑자기 길을 떠나게 되었다.

단양에 들어서자 사방을 날아다니는 제비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 제비는 울산에서 보았는데, 오후 제비는 단양에서 보게 된 것이다. 제비가 울산보다 많아 의아했다. 향산리 삼층석탑을 찾았을 때도 제비가 낮게 많이 날았다.

제비는 늦가을이면 어디론가 날아가 감쪽같이 숨었다가 이듬해 삼짇날쯤 우리 곁에 나타난다. 성경 예레미야 8장 7절에 “공중의 황새는 그 정한 시기를 알고 반구와 제비와 두루미는 그 올 때를 지키거늘…”이란 구절이 있다. 제비를 황새와 두루미처럼 오고 갈 때를 알고 지키는 새로 묘사한 것이다.

올해 태화강에서 물 위를 스치며 나는 제비를 처음 관찰한 것은 공교롭게도 4월 1일(음 2월 28일) 만우절이었다. 제비는 사람과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지런하고 농사에 도움을 주는 제비는 잠자는 시간을 빼면 하루 평균 2∼3분 간격으로 350여 차례 먹이 사냥을 한다. 1마리가 한해 먹이로 잡는 해충은 약 5만 마리다. 제비는 과수나 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 친근한 새다. 사람을 의지해 구렁이, 족제비 등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받는 제비는 볏논의 해충을 잡아주어 부지런한 농부의 풍년 농사를 돕는다.

‘곡식에 제비’는, 비록 제비가 먹이를 곡식에서 찾아도 먹이가 곡식이 아닌 탓에 해를 주지 않는다는, 조상들의 관찰이 지어낸 말이다. 제비는 겨울철에 강남으로 떠난다고 배웠다. 강남이 어디일까? 창악대강(唱樂大綱) 흥부전 제비노정기에는 “흑운 박차고 백운 무릅쓰고 허공에 둥둥 높이 떠 두루 사면을 살펴보니, 서촉(西蜀) 지척이요 동해 창망하구나, 축융봉(祝融峯)을 올라가니.”라는 표현이 있다. 이 기록만 두고 본다면, 우리나라를 찾는 제비의 노정(路程) 시작점이 중국 호남성 일대라는 얘기가 된다.

2019년 경남교육청 과학교육원 유포 생태분원이 제비 생태의 탐구보고서 ‘지오로케이터(Geolocator)를 이용한 제비 이동 경로 연구’를 발표했다. 16g가량의 어미 제비에 0.45g의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그 노정을 추적한 것이다. 월동지로 떠난 제비는 제주도, 흑산도, 오키나와, 호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필리핀 루손섬에서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에 우리나라를 찾는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 대만, 중국 동남부 해안지방을 따라 이동한 다음 서해를 거쳐 번식지인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것이다. 총 이동 거리는 약 9천km∼1만2천km였다.

제비는 지혜로운 새다. 둥지를 굳이 처마 밑 벽면에 짓는 까닭이 있다. 한여름 복사열이 새끼를 기르는 데 좋지 않은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제비가 울산보다 단양 하늘에 많은 이유를 ‘기온 상승’과 ‘농경지 감소’ 두 가지 요인으로 접근했다. 기온 상승은 번식지가 점차 북쪽으로 옮겨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농경지 감소는 제비 둥지를 짓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진흙과 지푸라기 부족 현상으로 이어진다. 제비집을 단양 간선도로 곁 건물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태화강국가정원 근처 건물에서는 제비집을 찾을 수 없다. 국가정원에 습지를 만들고 진흙과 지푸라기를 공급할 수 있다면 제비 둥지 관찰이라는 생태관광의 새길을 열 수도 있다. 생태관광은 새들의 다양성과 계절적 활용에서 풍부해진다. 다양한 조류생태관광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면 누가 굳이 남부여대(男負女戴)로 울산을 떠나려 하겠는가?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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