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되도시2’-‘마동석’이라는 브랜드
영화 ‘범되도시2’-‘마동석’이라는 브랜드
  • 이상길
  • 승인 2022.05.26 2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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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
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

 

사실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2008년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에서 강남 사채업자 역할로 처음 주목을 받은 뒤 15년이 지났지만 그의 연기는 아직도 한번 씩 살짝 어색할 때가 있다. 특히 평범한 대사를 칠 때 가끔 대본을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건 최근 개봉한 <범죄도시2>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 눈은 못 피해가지.

허나 그렇다 해도 마동석은 마동석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배우들 가운데는 ‘연기파 배우’가 있는가 하면 해당 역할에 특화된 ‘맞춤형 배우’도 있기 마련. 흔히들 연기자라면 전자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편향된 생각이다. 근육질의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연기를 잘해서 그렇게 떴던가? 아놀드형 특유의 거대한 몸집과 어눌한 말투는 인류문화유산과도 같은 <터미네이터>시리즈를 만나면서 오히려 빛을 보게 됐다.

아놀드형이 그랬던 것처럼 근육질의 마동석도 2016년 <부산행>부터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듯 거대한 풍채와 함께 귀엽고 선해 보이는 얼굴에 어울리는 배역을 통해 제대로 뜨기 시작했고, <범죄도시>시리즈로 정점을 찍으며 하나의 브랜드화가 됐다. 배우라는 직업이 그렇다. 연기력은 노력을 통해 키울 수 있지만 생김새는 노력으로는 안 된다. 그건 타고 나야 하고, 그렇게 타고 난 생김새에 잘 어울리는 배역을 맡았을 때 그 배우는 가장 빛이 나기 마련이다. 왜? 대체불가니까. 연기 잘하는 최민식이나 이병헌이 아무리 애를 써봐라. <범죄도시>시리즈에서 마동석보다 빛날 수 있나.

헌데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진정한 매력은 따로 있다. 말하자면 그건 ‘배우 이상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마동석이라는 사람이 스크린을 찢고 나올 것 같은 느낌이 가끔 든다. 쉽게 말해 현실에서도 마동석은 영화 속 마동석과 같을 거라는 것. 이 지점에서 앞서 언급한 대본을 읽듯 살짝 어색한 그의 연기는 영화 전체를 봤을 땐 오히려 장점이 된다. 진짜 같으니까. 현실에서도 그럴 거 같으니까. 그로 인해 <범죄도시>시리즈에서 극악무도한 장첸(윤계상)과 강해상(손석구)을 응징하는 극중 마석도(마동석) 형사의 모습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쾌감은 배가 된다.

감독들도 영화와 현실을 오가는 이런 마동석의 매력을 은근히 즐긴다. 그러니까 조크(농담)로 활용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여러번 선사했던 것. 가령 윤종빈 감독의 2012년작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마동석은 주인공 익현(최민식)의 처남으로 등장하는데 운동(태권도) 좀 한다고 설치다 조폭 두목인 형배(하정우)의 부하 창우(김성균)에게 얻어터진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달 뒤 개봉한 <이웃사람>에서 김휘 감독은 그런 시츄에이션(상황)을 뒤집어 버린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마동석을 쥐어 팼던 김성균을 극중 연쇄살인마 승혁으로 캐스팅한 뒤 마동석을 동네 조폭으로 등장시켜 처절하게 응징해버린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마동석이 겪었던 굴욕을 되갚아준 것. 허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 1편에선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조폭 두목이었던 판호(조진웅)가 광역수사대 팀장으로 카메오 출연을 하는데 석도(마동석)는 그런 그와 악수를 하면서 손아귀 힘으로 조져버린다. 어찌나 웃기던지. 그 장면에서 그(마동석)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게 나야. 그땐(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몰랐지?”

하지만 최고의 마동석 조크는 뭐니뭐니해도 류승완 감독의 2015년작 <베테랑>에서 카메오로 잠깐 출연했던 아트박스 사장(마동석)이 아니었을까. 재벌가 망나니로 그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최고 밉상 캐릭터였던 조태오(유아인)가 명동 한 복판에서 행패를 부릴 때 잠시 등장한 그는 압도적인 포스로 좌중을 압도해 버린다. 아쉽게도 조태오를 향한 아트박스 사장의 원펀치는 없었지만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 아니었을까.

<범죄도시>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흥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의미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것. 1편의 가리봉동 조선족 조폭 사건과 2편의 동남아 납치사건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고, 피해자가 발생했던 그 현실에 현실감 쩌는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나쁜 놈들을 원펀치로 날려버리며 지금 위로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마동석’이라는 브랜드? 그렇다. 그건 바로 ‘한국형 슈퍼히어로’였다. 2022년 5월 18일 개봉.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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