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신뢰는 ‘경청’으로부터 시작된다
-215- 신뢰는 ‘경청’으로부터 시작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5.25 2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경청은 피곤한 일이 되어버렸다. 들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데다가 메시지들이 굉장히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청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조차 경청을 회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마치 소음으로 시끄러운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귀가 마비되는 것과 비슷하다. 경청이란 결코 남의 말만 들어주는 바보 같은 짓이 아니다. 경청을 통해 상대방에게 당신의 말과 메시지, 감정을 아주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경청이 사라지면서 현대 사회의 대화는 극히 비생산적으로 변질해 버렸다. 속도와 효율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우리의 대가는 무수한 오해와 불신을 낳고 있다. 생산적인 대화의 기본은 신뢰다. 그러나 진솔한 신뢰 쌓기가 그리 녹록지 않다. 많은 사람이 간단한 대화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 평범한 진리에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서로 신뢰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온갖 농담, 잠언(箴言), 심지어 가벼운 욕설이 왔다 갔다 해도 의미 전달과 감정 교류가 완벽하게 이뤄진다. 대화하는 쌍방이 충분히 신뢰할 때 대화가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는 경험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일상 중에 만나는 모든 사람과 일일이 깊은 친교를 쌓을 순 없다. 결국, 우리는 대화에서 입을 열기 전에 귀를 열어 신뢰를 쌓을 수밖에 없다. 경청은 대화의 과정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경청할 때 상대방은 자신의 감정이 인정받았다는 안도감을 주고,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위협감이나 위화감을 해소해준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생존 본능이 있다. 이 본능이 위협받을 경우 어떤 상호작용도 적대적일 수밖에 없으며, 상대방에게 어떤 형태로든 저항하게 된다. 경청은 이 날카로운 본능을 조용히 누그러뜨리며 상대방이 편안히 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친구와 상의할 때나 사업상 모임이나 회의를 계획할 때는 어떤 종류의 에너지가 필요한지 먼저 고려하자.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쉬운 주제는 초반부에 논의하고, 아주 중요한 주제는 중반부에,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고 별 논쟁거리도 없는 주제는 후반부에 논의하면 좋다. 회의 중 우리의 에너지는 고조되었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낮아진다. 그렇기에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는 이 ‘3분의 1 법칙’을 기억해야 한다.

회의 초반부에는 에너지 수준이 가장 높을 것이다. 그러나 회의 전에 있었던 일이나 대화 때문에 주의가 산만할지 모른다. 회의 중반부에는 에너지 수준이 여전히 높을 것이고 중요한 문제에 주의를 집중하기 쉽다. 회의 후반부에는 에너지 공급은 낮아질 것이고 회의가 끝난 후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느라 주의가 산만해질 것이다. 이렇듯 회의 중에 에너지를 사용하는 패턴을 알아두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된다. 물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필요하다.

인적 네트워크는 현대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인맥은 최고의 경쟁력이다. 그런데 인적 네트워크와 관련하여 대부분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성공한 사람, 성숙한 사람, 정말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아무에게나 쉽게 말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겐 절대로 입을 여는 법이 없다.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기에 타인에게 함부로 취급받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를 둔다. 진정으로 중요한 말이나 사람과 비즈니스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보는 아무나 들을 수 없다. 조용히 경청하는 사람만이 대접받는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경청에 능숙하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