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조형물 설치계획을 발표하면서 시 관계자가 한 말이 유독 주의를 끈다. ‘환경조형물은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외지인들에게 울산을 상징적으로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규모와 내용면에서 상당히 까다롭게 심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한 말이 바로 그것이다.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려면 이런 조형물 설치 계획이 공공연히 알려져 모두들 그 내용에 대해 알고 설왕설래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전혀 딴 판이다. 관계자와 언론 매체 일부를 제외하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이달 말까지 디자인 공모를 마감한다면 미리부터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대비한 전문직업인이 아닌 한 알 턱이 없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울산지역에서 이뤄진 조형물 설치관행이 또 다시 답습되고 있는 상황이다. 겉으론 범지역민 참여 운운하면서 실제론 관련자 일부가 전체를 주물락 거리는 행태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작품 1점당 수억 씩 하는 조형물을 몇몇 사람이 좌지우지 한다면 그것은 애당초부터 울산의 상징물이 될 수 없다. 시 관계자가 한 말 중 “규모와 내용면에서 상당히 까다롭게 심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한 부분도 지역민 전체가 그 실천 여부를 지켜 봐야 할 부분이다. 이전에 있었던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의 조형물 공모과정에서 그 폐해를 익히 본 터라 이런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응모작가의 참여자격을 대폭 높이고 심사위원 선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해야 작품의 질도 높일 수 있고 작품선정 후의 잡음도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간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이번 환경조형물 설치는 시민 모두가 그 과정을 지켜보고 간섭해야 하는 것이다.